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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끄러운 대화
휘이익, 장풍(掌風)이 불어옵니다.
이 바람은 어디서 불어왔을까, 고개가 돌아갑니다.
창가 쪽 남녀가 다투고 있습니다.
허공을 회 뜨듯 위에서 아래로 재빨리 내려오는 손.
눈을 부릅뜨며 아니라고 부인하듯 가로젓는 고개.
따지듯 손바닥에 다른 손바닥을 날 세워 내리치다가
불쑥 상대를 가리키는 손가락.
비웃음이듯, 어이가 없다는 듯 간혹 섞이는 냉소.
두 사람 사이에 찬 공기가 우르르 몰려다닙니다.
소리 없는 말도 이토록 시끄러울 수 있다니!
그들의 손동작과 표정에 말을 입혀봅니다.
그러자 마치 고성이 들릴 듯하고, 화난 말들과
상대의 가슴을 후벼 파는 말들이 공중을 둥둥 떠다니는 듯합니다.
수화(手話)는
손가락의 움직임, 손바닥의 방향, 반경으로 생각을 전달하고
얼굴표정이 감정을 보탭니다.
그렇다면 수화의 손은 정상인의 혀쯤에 해당될까요.
문장에 쉼표가 있고 마침표가 있듯,
무릇 말에도 간격이 있어야 하는데
쉴 새 없이 움직이는 저들의 손동작은 분명 시끄러운 대화입니다.
요즘 시끄러운 소리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때로 침묵하고 싶고, 귀를 막고 싶을 때도 있습니다.
오늘, 시끄러운 수화를 보며
문득 말의 본질과 말의 중요성, 말하는 태도 등을 생각해봅니다.
- 최선옥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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