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의 중심에 선 '행복주택'
들어가며…
올해 5월 정부는 박 대통령의 공약 중 하나인 행복주택 7개 시범지구 건설을 발표했다. 이에 정책적 대상인 사회초년생이나 신혼부부 등은 이러한 정부의 발표에 찬성하고 있으나, 시범지구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반대를 표명하고 있다. 물론 과거 이명박 정부의 보금자리주택 역시 도시의 무분별한 확산(urban sprawl)에 대한 우려와 해당 지역주민의 개발요구 등 많은 논란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 행복주택에 대한 논란은 과거와 성격이 다소 다른 양상을 보인다. 그 예로 이미 인구과밀에 따른 교통 및 환경문제 등에 시달리고 있는 도심의 한정된 인프라 위에 주택을 추가 공급함으로써 도심 과밀문제 등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의견을 들 수 있다.
본고는 이와 같은 논란 속에서 행복주택의 정의와 사업의 필요성, 최근 이슈 등을 설명하고, 향후 정책추진 시 고려해야 할 사항을 살펴보고자 한다.
행복주택이란?
우선 행복주택의 정의는 서민을 위한 공공주택으로서 정부주도 하에 철도용지나 유수지 등에 건설하여 서민들에게 싼값에 공급하는 임대아파트, 기숙사, 상업시설 등을 말한다. 정부의 행복주택 추진계획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공급량 및 유형>
-향후 5년간 약 20만 가구 공급예정
-공급유형은 임대주택 17만 6,000가구(전용면적 43㎡와 60㎡), 기숙사 2만 4,000가구(20㎡와 30㎡)
-우선 올해 시범사업으로 수도권에 1만 호 공급예정(사업면적 약 49만㎡)
<사업기간>
-2013~2018년(약 5년)
<청약조건>
-입주단지마다 특화된 입주자 입주계획 예정(신혼부부용 특화, 대학생용 특화 등)
<공급량>
-전체물량 중 60%는 신혼부부, 대학생, 사회초년생에게, 20%는 사회약자층 및 주거취약계층에게, 나머지 20%는 청약저축가입자에게 공급
<임대료 및 임대기간>
-입주자의 소득수준, 부담능력, 주변시세 등을 기준으로 기존과 차별화
-주변 임대료 시세보다 33~50%, 기숙사는 사립대 32~34% 수준으로 저렴한 가격
<표 1> 시범지구별 행복주택 공급계획
행복주택 과연 필요한가?
먼저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은 “그렇다.”이다. 엄밀히 말해 ‘사회초년생, 신혼부부, 대학생 등’과 같은 주택구매력(또는 임차유지능력)이 낮은 계층을 위한 주택공급은 꼭 필요하다는 것이다. 여기서 현재 행복주택의 정책대상인 ‘사회초년생, 신혼부부, 대학생 등’은 ‘에코(echo)세대’에 해당한다. 에코세대란 베이비붐세대가 낳은 자녀로서, 베이비붐세대가 메아리(echo)처럼 다시 출생 붐을 일으켜 태어났다는 뜻으로 1979~1992년에 태어난 이들을 지칭한다(2013, 주택산업연구원). 이러한 에코세대를 대상으로 하는 행복주택이 현재 필요한 이유는 다음과 같은 통계자료와 설문결과를 통하여 객관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
우선 주택산업연구원(2013) 조사자료에 의하면, 현재 에코세대는 부모세대인 베이비붐세대와 달리 주택점유형태별 비율이 ‘보증금 있는 월세’, ‘전세’, ‘자가’ 순으로 나타났다(그림1 참조). 또한, 설문결과 에코세대 중 70%는 자가에 거주하길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많은 젊은 세대들은 자가를 선호하지만, 경제적 여건 등으로 인하여 차가에 거주하며 향후 여건이 개선되면 자가를 구매하는 방향으로 주거형태를 변화시킨다. 이는 곧 에코세대가 세 들어 사는 차가주택이 그들의 거주패턴 변화과정에 아주 중요한 구심점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더불어 위 조사결과는 결국 에코세대가 경제적 여건 등으로 인하여 희망하는 점유형태인 자가에 거주하지 못하고 차가에 거주함으로써 그들이 자신의 주거선택에 있어 불리한 처지에 있음을 드러내고 있다.
<그림 1> 에코세대와 베이비붐세대의 주택점유형태
그뿐만 아니라 ‘서울 시내 가구별 점유형태(표1)’를 살펴보면, 남의 집에 세 들어 사는 가구는 60%에 달한다. 현재 우리나라처럼 임차인보다 임대인이 임대시장 내 영향력이 큰 것을 고려하면, 이처럼 차가비율이 높은 주택시장 구조는 세입자가 최근 급격한 전•월세 가격급등 등의 현상에 제대로 대응할 능력을 갖추기 힘들 것이다. 특히 경제력과 사회적 안정성 등이 약한 에코세대는 이러한 사회적 현상에 대응하기 더욱 힘들 것이다.
이와 같은 점에서 에코세대가 주요 공급대상인 행복주택은 주거약자인 이들에게 완충재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특히 정부가 제시하는 청사진처럼 행복주택이 공급된다면 기존에 철도로 단절된 공간을 연결하고, 복합상업시설 입지로 인하여 주변 상권이 살아나는 등 추가적인 이점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 행복주택이 절실하다고 해서 주민과의 합의 등을 무시하고 막무가내로 지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현재 행복주택의 입지를 두고 지역주민과 마찰이 발생하는 등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접근은 더욱 신중해야 한다.
<표 2> 서울시내 가구별 점유형태
행복주택이 정말 ‘행복한 주택’이 되려면
행복주택이 본래 정책취지에 맞는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유의해야 할 사항이 있다.
첫째, 교통영향평가, 환경영향평가 등의 평가제도를 통하여 충분한 검토가 이루어져야 한다. 특히 행복주택의 경우 기존 도심 내에 있는 철도용지나 유수지 등에 건설된다. 일반적으로 도시는 지역별로 한정된 인프라 능력을 갖추고 있는데 여기에 무리하게 대형건물을 신규 건설할 경우 그 수용 능력을 초과하여 상당한 혼잡비용을 지출하도록 할 수 있다. 또한, 일반토지가 아닌 철도용지나 유수지 등에 건설하는 사업 특성상 기반공사비용 등이 더 요구될 것이므로 이에 따른 경제성 확보 여부 등도 충분히 검토되어야 할 부분이다.
둘째, 5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대량으로 일시에 공급하기보다는 장기적인 안목에서 일정한 속도로 공급되어야 한다. 단기간에 많은 주택을 일시에 공급할 경우 급격한 임대료 하락이 발생하는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이와 같은 갑작스러운 공급량 변화와 가격변화는 임대주택 공급을 왜곡시켜 기존 임대인의 임대주택 전용과 신규임대주택 공급 감소 등의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셋째,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협력도 필요하다. 서울시의 경우 다양한 임대주택 공급정책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는 정부의 주택공급정책과 중복될 수 있다. 이처럼 정책적인 협력 부재는 임대주택의 과잉공급, 특정지역의 임대주택 쏠림현상 등을 야기할 수 있다.
넷째, 해당 지역주민과의 충분한 소통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동안 대통령 임기 내 무리하게 정책을 추진하면서 지역주민과 충분히 소통하지 못하고, 그 결과 소송 등의 문제가 발생하였다. 최근 행복주택 공급을 추진하는 과정에서도 슬럼화에 대한 지역주민의 우려, 교육시설 부족 등의 문제를 걱정하는 주민들의 반발이 상당하다. 이에 정부는 한발 물러서 주민공청회를 개최하는 등 개선노력을 하고 있는데 앞으로도 이러한 노력을 지속하여야 할 것이다.
결언
최근 언론에서 보도되는 행복주택에 대한 일부 지역주민들의 슬럼화(slumism) 우려는 기우(杞憂)라고 생각된다.
왜냐하면, 행복주택의 정책대상은 주로 신혼부부, 대학생, 사회초년생이 60%, 청약저축자가 20%를 차지하는데, 이는 저소득층 등을 주요 입주대상으로 해온 기존 임대주택과는 성격이 다르기 때문이다. 오히려 행복주택은 젊은 세대가 주요 입주대상이고, 대형상업시설이나 공원녹지 등이 함께 들어오기 때문에 지역 활성화를 유도하는 등 긍정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젊은 가구와 사회약자층(20%)이 함께 거주하며 사회적 혼합작용을 일으키는 소셜믹스(social mix) 측면에서도 바람직하다.
이와 같은 행복주택의 긍정적 효과는 앞서 언급한 절차와 충분한 소통을 거쳐야만 끌어낼 수 있다. 이제 과거와 같은 갈등과 소모적인 대립구도는 버리고, 사회 구성원들의 관심과 노력을 토대로 행복주택이 건설되어 정말 행복한 주택으로서 제 역할을 다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 참고문헌: 김지은 외(2013), ‘에코세대 주택수요 특성분석’, 주택산업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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