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부동산 임대시장 최대 화두는 ‘세금을 피하라’
[헤럴드경제=박병국 기자] #1.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서 임대사업을 하고 있는 박정원(가명)씨는 새로 임대 계약을 할때부터 전세계약 대신 세입자와 ‘소비대차(消費貸借)’ 약정서를 쓸 계획이다. 세입자가 확정일자를 받아 자신의 소득이 노출되는 전세계약 대신 자신을 채무자로 세입자를 채권자로 하는 계약을 하고 대신 세입자의 우려를 없애기 위해 받은 전세금의 금액만큼 자신의 집을 담보로 세입자를 설정자로 하는 ‘근저당설정’을 하는 방식이다. 박씨는 “임대차 계약이 아니기 때문에 소득이 노출되지 않을 것같아 이런 방법의 계약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
#2. 강남구 역삼동 언주로 D공인에는 최근 100억대 빌라를 짓겠다는 투자자 1~2명이 다녀갔다. 과세 대상이 되는 원룸 사업 대신 과세 위험이 적은 상대적으로 적은 새로운 투자처로 고급빌라를 찾고 있었던 것. D공인 관계자는 ”고급빌라 세입자들은 일반적으로 소득 노출을 꺼리며 신고를 하지 않는 고소득자가 대부분이란 점을 고려해 고급빌라 사업을 준비하는 사람이 있다"고 설명했다.
임대 사업자에 대한 과세방침을 밝힌 ‘임대차선진화 방안’ 발표 이후, 주택시장에서는 새로운 풍속도가 나타나고 있다.
임대소득 부과를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소형 주택 임대차 계약에서 가장 흔한 방식은 보증금을 없앤 ‘무보증부 월세'다.
무보증월세이기 때문에 전세금을 떼일 우려가 없어 확정일자를 받을 필요가 없다. 강남 역삼동의 G 부동산 관계자는 “이 동네는 이미 90%가 무보증 월세 즉 렌트로 임대시장이 돌아가지만, 임대소득 부과 방침 이후 그나마 남아 있던 보증부 월세가 대부분 무보증 월세로 전환했다"고 말했다.
한남동 H공인 관계자는 “보증금 3000만원에 월150만받은 보증부 월세 계약을, 500만원 정도의 최소한의 보증금만 받고 월 150만원 씩 받는 렌탈 계약으로 바꾸는 사례가 늘었다"고 전했다.
전세계약을 아예 ’소비대차 계약‘으로 바꾸는 사례도 생긴다. 전세금의 0.2~03%가 되는 근저당 설정비는 주로 집주인이 낸다.
이인덕 전 서울시청 임대차 상담위원은 “근저당 설정비용이 들어 이를 선호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겠지만, 세금회피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고소득자를 대상으로 임대사업을 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강남구 역삼동 언주로의 D 공인 관계자는 “지난 3월 한달동안 일주일에 1~2명씩 고급빌라를 짓겠다는 사람들이 상담을 하고 갔다"고 말했다. 박승국 라이프테크 대표는 “고급빌라의 세입자들은 대부분 소득 노출을 원하지 않는 고소득자"라며 “과세 부담을 피하려는 임대사업자와 입장이 다르지 않아 고급빌라 사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소득공제 여부에 따라 월세금액을 달리받는 방법을 준비하는 임대사업자도 많아졌다. 원룸이 밀집한 송파구 문정동의 S 공인 관계자는 “정부의 원안대로 국회 임대사업자 과세 방안이 정해지면 집주인들은 부과된 세금만큼 월세에 전가시킬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한남동의 H 공인 관계자는 “소득노출에 대해 거부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확정일자를 받지 않는 조건으로 세입자들이 받는 세금 공제액 만큼 돌려주겠다는 임대사업자들도 있다”고 말했다.
coo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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