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억 넘는 高價전세 세입자, 대출받기 힘들어진다
[주택금융공사, 지원 체계 이달 중 개편… 내년 초부터 보증서 발급 중단키로]
3억~5억 전세주택 보증 한도 현행 90%서 80%로 축소
'목돈 안 드는 전세I'과 캠코의 '지분매입제도'도 중단
내년 초부터 주택금융공사가 전세 보증금이 5억~6억원이 넘는 고액 전세 주택에 대해서는 전세 보증서 발급을 전면적으로 중단키로 했다. 또 전세 보증금이 3억~5억원 수준의 전세 주택에 대해서는 주택금융공사의 전세대출 보증 한도를 현행 90%에서 80% 수준으로 줄어들게 된다. 주택금융공사의 보증이 사라지거나 한도가 줄어들면 은행들의 전세 대출에 대한 위험부담이 커지기 때문에 대출 금리가 오르거나, 대출액이 제한될 가능성이 크다.
금융권 관계자는 "전세 보증금이 3억~4억원 이상인 중·고가 전세 주택 세입자에 대해서는 보증서 발급을 제한하는 방법으로 전세 대출을 억제하고, 이들이 주택 매매 수요자로 넘어갈 수 있도록 유도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와 함께 이용자가 거의 없어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는 '목돈 안 드는 전세(I)'와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하우스푸어 구제를 위해 실시 중인 '지분 매각 제도'도 중단키로 했다. 금융위원회와 주택금융공사 등은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주택금융 개편안을 이달 중으로 확정하고, 이르면 내년 초부터 전세 대출 제한 조치에 들어갈 예정이다.
◇전세 대출 늘어 전세금 오르는 부작용
은행권을 통해 나가고 있는 전세 대출은 '담보물'이 없는 신용 대출이다. 통상 신용 대출은 연금리가 7~8% 이상으로 올라가지만, 정부 산하 기관인 주택금융공사가 보증서를 발급해 주기 때문에 12월 현재 전세 대출 금리는 3.8~4.4% 수준으로 낮게 형성돼 있다. 이 때문에 은행에서 전세 대출을 받을 때는 보증서 발급이 필수적인 절차로 자리 잡고 있다. 보증서는 대출자가 은행에 빚을 갚지 못하게 되면 보증기관(주택금융공사)이 90%까지는 대신 갚아주겠다는 증서다.
현재 주택금융공사는 보증서 발급할 때 전세 보증금 규모에 관계없이 가구의 연간 소득 3~4배까지 최대 2억2200만원까지 보증서를 발급해 주고 있다. 문제는 고가(高價) 전세 세입자에게까지 보증서를 발급해 주면서 집을 살 여력이 있는 계층까지 전세 세입자로 눌러앉게 되고, 전세금이 지속적으로 오르는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고가 전세 세입자 대출 받기 어려워져
금융당국은 이 같은 부작용을 막기 위해 주택금융공사가 전세 보증서를 발급할 때 고액 전세 주택 거주자에 대해서는 보증서 발급을 제한하기로 했다. 현재 금융위와 주택금융공사는 5억~6억원 이상 고가 전세 주택에 대해서는 보증서 발급을 전면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또 3억~4억원 이상 주택에 대해서는 현재 대출금의 90%까지 보증해 주는 한도를 80% 수준까지 줄이는 방법으로 전세대출을 제한하기로 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종 조율 과정에서 금액이 다소 변경될 수는 있지만, 고가 전셋집에 대한 대출을 제한하는 방침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중은행 개인 대출 담당자는 "은행이 대출금의 20%까지 리스크를 부담하면서 전세 대출을 하기에는 부담스러울 것"이라며 "보증 한도가 줄면 전세 대출 금리를 올리거나 대출 금액을 줄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주택금융공사가 보증서 발급을 제한하더라도 서울보증보험에서도 보증서를 발급해 주기 때문에 전세 대출이 원천적으로 차단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서울보증보험에서는 보증서를 발급해 주는 대신 전세금에 대해 질권(質權)을 설정하기 때문에 집주인들이 기피하는 경향이 강하다. 질권은 전세 보증금을 되찾아 갈 권리가 보증보험 회사에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법적 조치다. 이 때문에 현재 시중은행 전세 대출의 80%가량이 주택금융공사 보증서 대출에 몰려 있다.
◇정부 전세 대출 지원 ‘서민금융’으로 바뀌어야
정부는 3일 ‘8·28 전·월세 대책’의 후속 조치를 발표하면서 주택 담보대출(모기지)을 통합해 가구 연소득 6000만원까지는 2.8~3.6% 수준의 낮은 금리로 주택 구입 자금을 지원해 주기로 했다. 또 금리 1% 수준의 공유형 주택 담보대출(모기지) 자금도 2조원을 배정해 총 1만5000가구까지 자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정부 관계자는 “전세 대출이 제한되면 고가 전세 세입자 중 일부는 자금이 풍부하게 공급되는 주택 매매시장으로 넘어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정부의 이 같은 방침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삼성경제연구소 박재룡 수석연구원은 “전세금이 너무 올라 중·고가 전세 세입자의 부담이 큰 것은 사실이지만, 정부가 이런 계층을 껴안고 갈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석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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