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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모델링, '황금알 거위'?…전문가 "재건축 대체수요 어렵다"
/그래픽=류수정 디자이너© News1 |
건축비 대비 분양수익성 낮아…'사업 속도' 반감 우려도
(서울=뉴스1) 임해중 기자 = 수직증축 허용으로 리모델링이 수백조원의 시장을 형성하면서 재건축 수요의 상당수를 흡수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고 있지만 실제 시장이 활성화되기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반분양에 따른 분양수익이 기대만큼 크지 않고 복잡해진 사업절차 탓에 빠른 '사업 속도'라는 리모델링의 강점이 반감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여기에 조합원분양가와 일반분양가를 정하는 관리처분계획이 사업절차에 새로 포함됨에 따라 '돈' 문제를 둘러싼 조합원들 간의 소송전(戰)등 재건축 사업의 부작용이 리모델링 사업장에서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분양수익 '천차만별'…저비용 리모델링 기법 마련 시급
전문가들이 리모델링 시장이 급성장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는 이유는 강남권과 1기 신도시를 제외한 나머지 지역에서는 수직증축에 따른 분양수익 혜택이 돌아가기 힘들 것이라는 분석 때문이다.
17일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리모델링의 건축비를 표준건축비 수준인 ㎡당 148만원으로 잡으면 3.3㎡당 시세가 1700만원을 넘어선 1000가구 이상 대단지 아파트에서만 일반분양 수입이 시공비를 충당할 수 있다는 시뮬레이션 결과가 이미 나온 상태다.
이를 구체적으로 분석해보면 가구 당 면적을 전용 72㎡로 가정했을 때 1000가구에 해당되는 기존주택 면적은 7만2000㎡가 된다. 수직증축을 허용하면 기존 면적의 40%까지 늘릴 수 있는데 이 면적은 2만8800㎡로 기존면적인 7만2000㎡를 더한 10만800㎡가 건축 면적이 된다.
이때의 총건축비는 10만800㎡에 ㎡당 건축비인 148만원을 곱한 1497억7000만원이 된다. 늘어난 면적인 2만8800㎡ 전부를 아파트 시세 수준인 3.3㎡당 1750만원에 일반분양하면 분양수입은 1527억2700만원 정도가 나온다. 분양률이 100%라는 가정 아래 계산한 결과로 분양률이 100%를 밑돌면 시세가 3.3㎡당 1700만원을 넘어서는 1000가구 이상 아파트의 리모델링도 적자를 보게 된다. 김규정 우리투자증권 부동산팀장은 "리모델링에 투입되는 표준 건축비는 지역별로 유사한데 반해 수익성을 좌우하는 일반분양가의 수준이 천차만별이라 분양수입이 사업비를 웃도는 단지가 많지 않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실제 리모델링이 가능한 준공연수 15년 이상의 아파트 430만 가구 중 이같은 조건을 만족하는 단지는 서울과 수도권에 위치한 11만4000가구 정도다. 이들 아파트가 5년 동안 모두 리모델링을 추진해야만 재건축 시장과 유사한 연평균 2만 가구의 시장이 형성된다는 결론이 나온다. 윤영선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박사는 "가구 수가 많은 대단지 아파트 외에는 리모델링 추진이 어렵기 때문에 시장 활성화를 위해선 리모델링을 저비용으로 추진할 수 있는 기법을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돈 얽힌' 주민 반대, 복잡해진 절차…'사업 속도' 반감 우려
재건축을 기다리는 주민들이 사업을 반대하고 나설 경우 빠른 '사업 속도'라는 리모델링만의 장점이 반감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서울시 조례에 따르면 1982년까지 준공된 아파트와 1992년 1월1일 이후로 준공된 아파트의 재건축 연한은 각각 20년, 40년이다. 1982년부터 1992년 사이에 준공 된 아파트는 준공연도에서 1982년을 뺀 값에 2를 곱한 뒤 이를 기본 22년에 더하면 재건축 연한을 계산할 수 있다. 1989년 준공된 아파트라면 이 공식에 따라 재건축 연한은 32년 뒤인 2021년이 된다.
12층∼15층 이상의 강남권 중층 아파트들은 대부분 1990년대 전후를 기점으로 완공된 아파트들이기 때문에 재건축 연한이 도래하는 시점은 2020년 내외다. 앞으로 7∼8년 뒤면 안전진단 이후 재건축이 가능하지만 리모델링이 끝나면 건물 상태와 노후도가 개선돼 재건축 안전진단 통과가 어려워지게 된다. 이같은 이유로 리모델링이 추진되고 있는 강남권 사업장에서는 재건축을 기다리자는 주민들의 반대가 계속되고 있는 실정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강남권 중층 아파트는 대부분 재건축 연한이 함께 맞물려있어 리모델링을 반대하는 주민들이 생길 수밖에 없다"며 "추진위원회 단계서부터 주민반발에 부딪히면 평균 2년이라는 리모델링 사업기간이 지연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리모델링의 사업절차가 복잡해졌다는 점도 한계로 지목된다. 일반분양이 가능해짐에 따라 리모델링 조합은 권리변동계획을 수립해 관할 지자체에게 인가를 받아야하기 때문이다. 재건축의 관리처분계획과 동일한 절차로 이때 조합원분양가와 일반분양가 등이 결정되게 된다. 확정분담금 총회를 거쳐 공사가 진행되던 종전의 리모델링 방식보다 절차가 한층 복잡해졌다.
문제는 관리처분절차가 새로 생겨남에 따라 '돈'과 관련된 이해관계로 조합원들 간의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재개발이나 재건축은 관리처분계획 단계에 이르러 분양수익을 둘러싼 소송다툼이 벌어지며 사업이 지연되는 경우가 많았다. 조합 측이 주택경기 침체에 따른 미분양을 우려해 일반분양가를 낮춰 잡으면 조합원분담금이 늘어난다는 이유로 일부 조합원들이 '관리처분인가 무효소송'을 법원에 제기하는 식이다.
조창혁 법무법인 한가람 변호사는 "인·허가 방식이 재건축처럼 복잡해지기 때문에 사업절차가 단순하다는 리모델링의 강점이 사라졌다"면서 "저비용의 리모델링을 실현하려면 사업 속도를 앞당기는 것이 중요한데 분양수익을 둘러싼 법률 다툼이 사업추진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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