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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시장의 <신뢰>깨뜨린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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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곰의 부동산 산책] 부동산 시장의 ‘신뢰’ 깨뜨린 정부

 

 

 

신뢰라는 단어를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굳게 믿고 의지함’이라고 간략하게 나온다. 사전을 찾아보는 것도 불필요할 만큼 우리 생활에서 익숙한 단어이기도 하다. 옛날 고조선 시대에는 여덟 개의 법만 존재했었다. 사회가 복잡하지 않은 만큼 여덟 개의 법으로 통치가 가능했던 것이다. 하지만 사회가 점점 복잡해지면서 수많은 법들이 생겨나게 됐다. 하지만 그 법들로 사회 전체의 복잡 다양한 문제를 모두 규정하기는 어렵다. 그 때문에 법이 규정하지 못하는 간극을 ‘신뢰’라는 단어로 채워 가는 것이다.

신뢰라는 개념이 없다면 사회는 쉽게 혼란에 빠지고 말 것이다. 저 멀리에서 달려오는 차를 보고도 초록색 보행 신호에 횡단보도를 건너는 것은 지금 달려오는 차도 신호등을 보고 정차할 것이라는 기본적인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 믿음이 없다면 자동차가 완전히 정차하기 전까지는 횡단보도를 건너서는 안 될 것이다. 자동차가 완전히 정차하는 것을 보고 횡단보도를 건너면 되지 않겠느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때도 문제는 있다.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건너는 동안 차가 갑자기 출발하면 보행자는 크게 다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혼란이 현실 세계에서 일어나지 않는 것은 ‘신뢰’라는 단어 때문이다. 자동차 운전자들이 보행 신호를 지켜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우리 사회에 신뢰라는 개념이 없다면 아주 세세한 구석까지 모두 법으로 정해 놓아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인간 사회에 중요한 ‘신뢰’가 무너지고 있다. 그것도 정부에 의해서 말이다. ‘취득세 영구 인하 논의’가 바로 그것이다.

취득세 감면 여부와 거래량은 밀접

77쪽 그래프에서 알 수 있듯이 취득세 인하 여부는 지난 몇 년간 주택 거래량과 밀접한 관계를 맺어 왔다. 9월을 제외하고 지난 2년간 취득세 감면이 시행된 달은 10개월(붉은색)이고, 나머지 13개월(푸른색)은 취득세 감면이 적용되지 않은 달이다. 취득세가 감면되는 달의 평균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6만2551건인 반면 취득세가 감면되지 않는 달의 평균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3만3353건으로 절반 수준에 그친다. 취득세 감면 여부가 거래량과 밀접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취득세 감면 기간 중 거래가 늘어나는 것까지는 좋은데, 2012년 1월(76% 감소), 2013년 1월(79% 감소), 2013년 7월(74% 감소)과 같이 취득세 감면이 끝나는 직후에는 거래량이 4분의 1토막으로 떨어지고는 했다. 취득세 한시적 감면의 부작용이다. 이런 부작용을 없애기 위해 정부에서는 취득세 영구 감면이라는 카드를 들고나왔다. 8·28 대책의 큰 축이기도 하다. 이에 힘입어 9월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전달에 비해 29%나 증가했고 전년 동기 대비 52%나 늘어났다. 취득세 감면에 대한 기대감이 작용한 것이다.


문제는 적용 시기였다. 경제 부처 장관이 모두 나와 발표했던 8·28 대책을 믿고 많은 사람이 매수한 것이다. 적용 시기가 국회 상임위원회 통과일이 될지, 아니면 대책 발표일(8월 28일)이 될지 불분명한 점이 많았지만 예전에도 대책 발표일로 소급 적용해 준 선례가 있었다는 점, 만에 하나 소급되지 않더라도 정기국회가 9월에 열리면 상임위원회가 바로 열릴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에 거래가 늘어난 것이다. 보통 계약일로부터 잔금일까지 두 달 정도 걸리기 때문에 ‘9월에 계약해도 11월까지는 국회에서 법이 통과되지 않겠는가’하는 기대감이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국회에서 법안 처리가 지연되면서 문제가 발생됐다. 하지만 지금이라도 법안이 처리된다면 늦은 것은 아니다. 8·28 조치를 보고 계약을 체결했던 대부분의 매수자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다. 하지만 정작 문제가 되는 것은 정부의 태도다. 영구 인하 시점을 개정안 시행일인 내년 1월 1일로 하기로 국토교통부·기획재정부·안전행정부 등 3개 부서가 합의했다고 언론에 보도된 바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취득세 인하를 하면 지방자치단체의 세수를 중앙정부에서 보전해 줘야 하는데 내년 1월 1일부터 적용한다면 지금 실행하거나 소급 적용하는 것보다 그 액수가 줄어들 것이라는 것이다. 만약 이 보도가 사실이라면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시장 실망감 커져… 11월 거래량 줄듯

8·28 조치가 발표되지 않았다면 과연 거래량이 지금만큼 늘어났을지 생각해 보자. 앞서 언급한 대로 취득세 인하 조치가 시행되지 않는 달의 거래량은 인하 조치가 시행되는 달의 거래량과 비교해 절반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보자. 8·28 조치 이전의 월평균 거래량이 1만 건, 평균 매매가는 3억 원이라고 가정하면 총 거래액은 3조 원 정도가 된다. 1가구 1주택자에게 적용하는 세율 2.2%를 적용하면 660억 원(=1만 건×3억 원×2.2%) 정도가 세수로 확보되는 것이다. 그런데 8·28 조치로 세율이 1.1%로 인하된다고 해서 세수가 급격하게 줄어들까. 그것은 아니다.

거래량이 월평균 2만 건으로 늘어나기 때문이다. 결국 세금 총액은 660억 원(=2만 건×3억 원×1.1%)으로 예전과 같다. 거래는 거래대로 두 배가 늘고 세율은 그대로 적용해 세금이 두 배가 늘어난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데 이런 것은 현실 세계에서는 없다. 취득세를 깎아준다고 하니까 거래가 늘어난 것이기 때문이다. 마치 백화점에서 바겐세일 기간 중 물건을 사려는 사람들이 몰리자 욕심쟁이 백화점 사장이 괜히 바겐세일해 이익이 줄어들었다고 투덜거리는 셈이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세금을 더 내고 덜 내고의 문제가 아니다. 정부에서 처음부터 내년 1월 1일 실시를 생각했다면 8·28 조치 때 이를 분명히 밝혔어야 한다. 4개월이나 더 남은 일을 가지고 당장 시행할 것처럼 발표하는 것은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에 의문을 가지게 만든다. 외식하러 가자고 하는 가장의 말을 믿고 외출 준비를 다 마치고 현관에서 기다리는 가족들에게 “언제 가겠다는 말은 안 했다”고 우기는 가장을 보고 가족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이런 일이 몇 번 반복되면 과연 가족들은 그 가장의 말에 귀를 기울일지 생각해 보자.

시장에 실망감이 퍼지는 11월부터 거래량은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다주택자는 현재 최대 4.4%의 취득세를 내고 있다. 6억 원짜리 주택을 산다면 2640만 원의 세금을 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8·28 조치 발표 내용대로 1.1%로 인하된다면 세금 부담은 660만 원으로 크게 줄게 된다. 무려 2000만 원의 돈이 적용 시점에 따라 왔다 갔다 하는 것이다. 이런 상태에서 거래할 사람은 거의 없다. 더 심각한 것은 1월에 취득세 인하가 확실히 시행된다고 할 수 없다는 점이다. 결국 모든 법이 국회를 확실하게 통과되고 공표되는 시점 이후라야 거래가 재개될 것이다. 그동안 시장은 얼어붙을 것이고 취득세는 정부의 바람과 달리 더 적게 걷히게 될 것이다.

그릇은 깨지면 버리거나 접착제로 붙이면 된다. 하지만 한 번 깨져 버린 신뢰는 무엇으로도 붙일 수 없는 것이다.

아기곰 부동산 칼럼니스트 a-cute-bear@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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