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일한 기자]부동산 전문가들은 내년 부동산시장에 대해 대체적으로 낙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선진국의 유동성 축소, 금리인상 가능성 등으로 여전히 국내 경기 전망은 불투명하지만 부동산을 둘러썬 시장 환경은 올해보다 나아질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헤럴드경제가 부동산 전문가 40명을 대상으로 ‘2014년 부동산시장 전망’을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87.5%(35명)가 내년 집값이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하락’을 점친 사람은 겨우 2.5%(1명)에 머무르는 등 소수에 그쳤다.
▶내년 집값 소폭 상승, ‘전약후강’=응답자는 상반기보다 하반기를 더 낙관했다. 집값 움직임을 묻는 질문에 52.5%(21명)가 ‘보합세 이후 상승세 전환(전약후강)’이라고 답했다. ‘일시적 상승 뒤 보합세’라고 응답한 사람이 25%(10명), ‘보합세 지속’이라고 밝힌 사람은 17.5%(7명)였다.
이명수 미래에셋생명 부동산팀장은 “최근 나온 부동산 활성화 대책으로 집값이 떨어질 만큼 떨어졌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어 매매거래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했다.
강민석 KB경영연구소 부동산연구팀장은 “정책 변수 등 전반적인 부동산시장 여건은 올해보다 좋아질 것”이라며 “다만 여전히 높은 공급물량, 지방 주택시장의 상승여력 둔화 등으로 큰 폭의 상승을 기대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지역적으로 서울 강남과 세종시 및 혁신도시의 가격 오름폭이 가장 클 것이란 전문가 의견이 많았다. 내년 집값 상승폭이 가장 큰 지역을 묻는 질문에 ‘서울 강남’이라고 응답한 사람이 37.5%(15명)로 가장 많았고, 그 뒤를 ‘세종시 및 혁신도시’(27.5%)가 따랐다.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팀장은 “실수요자 중심 시장에서는 교통여건과 편의시설이 잘 갖춰진 도심 대단지 아파트 소형주택의 인기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용진 건국대 부동산도시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방 혁신도시는 공기업 이전이 본격화하면서 주택 수요가 늘어나 상승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내다봤다.
반면, 가격하락 가능성이 가장 큰 지역으로는 ‘파주 운정신도시 등 경기 북부권’을 예상한 사람이 47.5%(19명)로 절반 가까이 몰렸다. 그 뒤를 ‘인천 등 수도권 서부권’(20%), ‘지방 5대광역시’(15%) 등이 따랐다.
지규현 한양사이버대 교수는 “경기 북부와 인천 지역은 여전히 수요에 비해 공급이 과잉 상태고, 기존 시가지 중심으로 주택시장이 형성돼 수요 확대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집을 산다면 내년 상반기를 노려라!=부동산 전문가들은 만약 집을 구입한다면 내년 상반기 중 사는 게 좋다는 의견을 보였다. 정부가 공유형 모기지ㆍ정책모지기 등을 통해 저리의 주택담보대출 상품을 대거 출시하고 있고, 하반기 집값이 상승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미리 서두르라는 조언이다.
주택 구입시기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40%(16명)가 ‘지금 당장’이라고 답했다. ‘내년 1~3월’(27.5%), ‘내년 4~6월’(12.5%) 등으로 전체 응답자의 80%가 ‘지금 당장’ 또는 ‘내년 상반기 이내’를 주택 구입 적기로 지목했다.
‘집을 살 때 가장 고려할 점은 무엇이냐’는 질문에서 전문가들은 ‘국내외 경기 상황을 가장 먼저 고려하라’고 조언했다. 전체 응답자의 70%(28명)가 ‘국내외 경기, 가계부채 소진 상황 등의 제반 여건’을 주택 구입 시 가장 먼저 고려하는 변수로 꼽았다.
‘투자목적이라면 가장 유망한 부동산 종목은 무엇이냐’는 설문에선 기존 매매시장의 중소형 아파트 급매물과 서울 도심의 신규분양이라고 응답한 사람이 각 32.5%(13명)로 똑같았다.
김찬호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투자 안정성이 가장 높은 상품은 수요가 가장 탄탄한 중소형 주택 중 급매물”이라고 말했다.
서후석 명지전문대 부동산경영학과 교수는 “주택시장이 실수요 중심으로 바뀌면 새 아파트와 오래된 아파트 간 가격 차가 벌어질 수밖에 없다”며 “도심에서 인근 시세 수준으로 분양되는 아파트가 시세 상승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설명했다.
기존에 큰 인기를 끌었던 ‘오피스텔, 도시형생활주택 등 임대목적 소형 주거시설’이 유망하다는 답변은 5%(2명)에 그쳤다.
전영수 한양대 교수는 “오피스텔 등 소형 주거시설은 공급 과잉인 곳이 많아 높은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전셋값 상승세 올해보다는 완화될 것=전셋값 상승세는 올해보다 완화될 것으로 보는 부동산 전문가가 많았다.
설문 참가자의 80%가 2014년엔 전셋값이 상승하겠지만 상승폭이 ‘3~5%’라고 밝힌 사람이 42.5%(17명)로 가장 많았다. 올해 1~11월 전국 전셋값은 평균 5.11% 올랐다.
전세난에 대한 대책으로 단기적으로는 ‘매매 활성화 대책’(65%), 장기적으로는 ‘행복주택 등 공공임대주택 공급 확대’(50%)가 필요하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최근 공유형 모기지 신청자의 80%가 전세 수요자였다”며 “전세수요의 매매 전환 유도로 전세 수요를 줄이는 게 단기적으로 가장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김덕례 주택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중장기적 전세대책으로 임대주택 공급을 꾸준히 늘려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전월세 상한제’(2.5%)나 ‘계약갱신청구권’(2.5%) 등이 필요하다는 응답은 미미한 수준에 그쳤다.
jumpcut@heraldcorp.com
<설문에 참여하신 분들>
강민석 KB경영연구소 연구팀장, 강은 지지옥션 팀장, 강은현 EH경매연구소 소장,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 곽창석 ERA코리아 소장, 김규정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 김덕례 한국주택금융공사 연구위원, 김동수 한국주택협회 실장, 김동일 삼성생명 팀장, 김민종 GS건설 팀장,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 소장, 김신조 내외주건 사장, 김연화 기업은행 팀장, 김용진 건국대 연구위원, 김재언 KDB대우증권 팀장, 김찬호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 김학권 세중코리아 사장, 김현아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박덕배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박원갑 국민은행 전문위원, 서홍 대림산업 상무, 서후석 명지대 교수, 심교연 건국대 교수, 안명숙 우리은행 팀장, 양용화 외환은행 팀장, 양해근 삼성증권 전문위원, 이남수 신한은행 팀장, 이동건 삼성물산 상무, 이명수 미래에셋생명 팀장, 이영진 이웰에셋 대표, 이재국 서일대 교수, 전성제 국토연구원 연구원, 전영수 한양대 교수, 조성곤 씨티은행 개인여신본부장, 조성진 대우건설 상무, 조주현 건국대 교수, 지규현 한양사이버대 교수, 한문도 클리코컨설팅 사장,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 허윤경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이상 가나다 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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