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장된 유동성 파티…우리 부동산 시장도 훈풍 불까?
우리나라 자산시장의 찬 바람 언제까지 부나?
금융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전 세계 59개 주가지수 중에 올 한해 우리 주식시장의 수익률이 47위다. 또 IMF의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 주택시장의 수익률도 마이너스 2%를 기록해 40여 개국의 조사대상 중에 최하위권이다. 주식시장과 주택시장은 다소간의 시차를 두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동행한다. 올해 전 세계 자산시장의 특징은 미국, 일본 같은 선진국 강세 브라질, 러시아, 인도 같은 규모가 큰 신흥국 약세로 대변된다.
미국의 주식시장이 20% 넘게 오르면서 사상 최고가 행진을 하고 있고 주택시장 역시 또 다른 버블을 걱정할 만큼 활기차다. 일본은 연초보다 50% 이상 주식이 오르고 동경의 고가 아파트들이 소비세 인상을 앞두고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영국도 주식시장이 10% 가까이 오르고 런던의 고급 주택들은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이유가 뭔가? 국제 자본의 흐름을 읽어야 하는 대목이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에 미국이 먼저 돈 풀어 경기를 부양하는 이른바 양적 완화 정책을 시작했고 이어서 유럽과 일본도 그 뒤를 따랐다. 양적 완화 정책의 가장 큰 목표는 주택을 비롯한 자산가격의 회복이다. 미국은 지금도 우리 돈으로 매월 90조 원을 풀고 있는데 그 돈의 일부가 우리나라를 비롯한 신흥국의 자산시장으로 몰려들었다. 2009년부터 2011년 사이의 주식시장과 주택시장의 일시적 반등도 알고 보면 양적 완화가 만든 과잉 유동성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돈을 찍어 경기를 살린다는 건 결국 또 다른 버블을 나을 수 있고 궁극적으로는 초고물가(하이퍼 인플레이션)에 대한 걱정을 낳는다. 결국, 언젠가는 멈춰야 하는 극약 처방인 셈이다. 다만 그 시기와 강도가 예상 보다 늦춰지거나 작아질 것으로 보인다. 금리를 올리는 출구전략의 시기도 그만큼 늦춰질 가능성이 많다. 당분간 유동성의 공급이 계속된다는 뜻이다.
지난 6월 밴 버낭키 연준 의장이 양적 완화 정책을 올해 내로 축소할 것이라는 발언을 하자 신흥국을 비롯한 전 세계 경제가 크게 출렁거렸다. 바로 이맘때쯤 우리나라 자산시장에 대한 외국인들의 생각에 큰 변화가 있었다. 흔들리는 신흥국 경제를 지켜보면서 밴 버낭키를 비롯한 미국 경제의 운영자들 아직은 양적 완화를 종결할 때가 아니라는 걸 알았다. 섣부른 출구전략이 신흥국 경제를 위기로 몰고 가면 자신들의 막대한 투자금을 회수해 나가기 어려워질 수 있고 나아가 신흥국의 위기가 부메랑이 되어 간신히 살려 놓은 자국의 경제를 헤칠 수도 있겠다고 본 것이다. 그즈음에 발견한 투자 대안이 바로 한국의 주식시장이다. 완전히 개방되어 있는 한국 주식시장은 수익가치나 자산가치 모두 저평가 되어있고 매달 늘어나는 경상수지 흑자를 보면서 외국인들은 두 달 동안 무려 14조 원의 우리 주식을 쓸어 담았다.
그 후 지금까지 간혹 순매도도 하면서 숨 고르기를 하는 중인데 여기에 또 한가지 대형 호재가 생겼다. 차기 연준 의장으로 연준 내의 대표적인 비둘기파인 자넷 옐런이 지명이 된 것이다. 옐런 지명자는 또 의회 청문회에서 연준의 가장 큰 임무는 경기를 부양하는 것이고 미국의 자산시장에서 아직 버블을 발견할 수 없다고 해서 그녀를 밀어준 월가를 비롯한 전 세계 금융시장에 화답을 해줬다. 연장전에 들어가는 유동성 파티의 무대 위로 한국의 자산시장이 올라오고 있는 것이다.
주식시장은 주택경기를 견인할 것이다
다시 주택 경기가 좋았던 나라들 얘기를 해보자. 홍콩이 15%로 가장 많이 올랐다. 중국의 부자들은 어떻게 해서든 홍콩으로 돈을 가져오려고 한다. 시진핑 체제의 중국은 부정하게 돈을 모은 일부 부자들과 고위층을 개혁하는데 최소한 3년 이상의 시간을 쓸 것이다. 지난 수년간 중국에서 빠져나온 이런 돈들이 3조 달러가 넘을 것으로 본다.
이 돈들이 가장 쉽게 몰리는 곳이 홍콩의 주택시장이다. 여기에, 중국에 진출하려는 선진국의 전진기지로서 홍콩은 여전히 매력적인 투자처다. 주택가격이 오르려면 매수호가에 사주는 여유를 가진 세력이 있어야 한다. 서초동의 삼풍아파트가 한때 최고의 전성기를 누릴 때를 기억해 보자. 판사, 검사, 잘나가는 변호사들이 선호하던 이 아파트는 매도가격을 깎는 일이 거의 없었다. 피차 아는 처지에 남세스러운 일이라는 분위기였단다. 당연히 가격은 오른다.
지금 홍콩의 주택시장이 꼭 그렇다. 1~20만 달러에 이리 재고 저리 재는 매수세가 아니다. 외부의 크고 새로운 매수세력이 홍콩의 아파트 가격을 이렇게 뜨겁게 달궈 놓고 있는 것이다. 다음이 미국이다. 올 들어서만 10% 가까이 올랐다. 원인은 정부의 강력한 의지다. 매달 400억 달러의 모기지 채권을 사들이면서 집을 사라고 재촉을 하고 있다.
정부의 의지가 지속적이고 강력할 때 시장은 신뢰를 보낸다. 미국 주택 시장의 강세의 배경은 연준의 양적 완화 정책 그 이하도 그 이상도 아니다. 다음, 영국은 어떤가? 아랍의 부호들이 영국 부유층의 맨션을 싹쓸이하고 있다는 건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2년 전부터 불어 닥친 중동의 자스민 혁명의 물결을 보면서 오일 달러가 움직인 결과다. 그다음 일본이다. 연초부터 우리를 괴롭힌 아베노믹스라는 게 뭔가? 돈 풀어 물가 올리면 자산 가격도 올라갈 거고 그럼 적당히 바람이 들어간 소비자들이 돈을 쓰기 시작하고 기업들도 살만해질 거라는 거다. 여기에 내년에 소비세 올린다고 일찌감치 선전포고를 해 놓았으니 50%나 오른 주식시장에서 재미 본 부유층들이 집도 좀 사보자고 나서고 있다. 여기도 정부의 정책이 주택가격을 올려놓고 있는 것이다. 주택시장이 활황이거나 반등하고 있는 시장의 공통점을 추려 보면 첫째, 주식시장이 활황일 것, 둘째, 정부가 주택시장의 부양에 대한 강한 의지가 있을 것, 셋째, 외부로부터의 강한 매수세가 있을 것이다.
언제가 바닥인가?
대표적인 비관론자 루비니 교수 같은 사람도 앞으로 2년 동안은 주식을 하는 게 좋겠다고 한다. 유동성 파티를 좀 더 즐겨도 된다는 뜻이다. 앞으로 1~2년은 막대하게 풀린 유동성이 안전자산인 은행 예금과 채권에서 더 큰 수익을 위해 주식과 부동산으로 흘러들어 올 것이다. 대전환 이른바 그레이트 로테이션의 초입에 와있다. 국제 자금의 대전환기에 우리 주식시장은 새롭게 조명받을 수 있을 것이다. 지난 6월 말의 1,700대 지수는 당분간 우리 시장에서 다시 보기 힘든 저점이 될 가능성이 많다. 주식시장이 대세 상승의 초입에 있다면 내년 우리 주택 시장은 바닥을 찍고 올라갈 가장 중요한 조건을 충족하고 있는 셈이다.
다음이 정부의 의지다. 정치권이 부동산 규제를 푸는데 늑장을 부리고 있고 아직도 집값의 상승이 마땅치 않은 분위기가 남아있는 것도 사실이다. 다주택 보유자에게 최대 60%의 양도세를 매기고 정부가 아파트의 분양가의 상한선을 정해주는 나라에 살면서 집값은 왜 안 오르냐고 하고 있다. 투기를 규제하기 위한 임시적 조치가 바닥이 어딘지 모를 침체의 한 복판에도 엄존하는 이 상황은 개선되어야 한다. 이건 이념의 문제도 아니고 부자와 빈자의 갈등을 유발할 문제도 아니다. 자산가격의 장기적 하락은 모두를 불행하기 때문이다. 정치권이 갑론을박을 끝내고 남아있는 부동산 투기방지책을 현실화하는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 이젠 천정 부지로 오르는 전세가격에 지친 집 없는 사람들을 위해서도 집값을 안정시키는 노력을 더 해야 한다.
끝으로 새로운 매수 주체가 누가 될 것이냐의 문제다. 지금 전국에서 부동산이 가장 활발한 곳 한군데를 굳이 뽑으라면 어딘가? 단연 제주도다. 하와이도 못 이룬 한해 관광객 천만 명 시대를 연 제주도의 부동산 가격은 서울이나 수도권과는 전혀 딴 나라 얘기다. 서울과 중국으로부터 온 강한 매수세가 한참 높아진 매도 호가에 물량을 소화해주는 상황이 나 홀로 강세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미국이나 중국의 투자가들이 우리 미분양 아파트를 직접 사들일 필요는 없다. 우리 주식을 사고 또 공실 난 오피스 빌딩들을 사주면 된다. 돈에는 꼬리표가 없다. 금리상품의 매력도가 떨어진 상황에서 주식과 부동산 시장은 시차를 두고 같이 오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묶였던 돈이 풀리면 자산가격은 오른다. 2000년대 중반까지의 부동산 강세는 전국적으로 막대하게 풀렸던 토지보상금이 재건축 단지를 비롯한 수도권 아파트에 몰렸던데 큰 이유가 있다. 정부는 해외 투자가들이 우리 부동산에 더 쉽게 투자하도록 해 줘야 한다. 부동산을 좀 더 쉽게 사고 팔 수 있는 유동화 상품도 개발해야 한다. 우리 상장 주식의 33%는 외국인들이 가지고 있다. 늘 이들 외국인들이 한꺼번에 빠져 나가면 어떻게 하나하고 걱정을 한다. 20년 넘은 걱정이지만 외국계 투자자는 계속해서 주식의 보유 규모를 늘리고 있다. 그들 나름의 자산배분을 하고 있는 것이다. 부동산시장에 들어온 외국계 자금은 더 길게 남을 가능성이 많다.
공포를 버리고 탐욕적이 되어야 할 시점
자산 가격의 이상 급등은 항상 버블을 낳고 그 버블의 끝은 위기가 장식한다. 다만 지금의 상황인식이 중요하다. 2013년 우리 주택시장과 주식시장은 전 세계 주요 국가들과 비교하면 최하위의 저조한 성적을 보였다. 주가지수가 2,000포인트를 돌파한 지가 벌써 7년이다. 서울의 아파트 가격도 10년 전으로 돌아간 지역이 생겨나고 있다. 국민소득 2만 달러를 넘은 지 7년째가 되어오지만, 올해야 2만 4천 달러가 될 전망이다. 버블을 논할 때가 아니고 자산 가격의 하락으로 인한 경기의 장기침체를 염려할 때다. 바다 건너 일본이 지난 20년간 겪었던 장기 불황의 그늘이 남의 일이 아니다. 만약 우리에게 그 같은 자산가치의 하락과 장기 불황이 온다면 우리는 IMF 때보다 훨씬 더 힘든 위기를 감내해야 할 것이다. 불행히도 우리는 아직 일본과 같은 사회 안전망도 또 그걸 새롭게 만들어낼 국부도 아직은 준비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자산 가격을 변동시키는 건 탐욕과 공포라는 인간의 본성이다. 지금 우리 자산 시장엔 탐욕은 없고 공포와 체념만 보인다. 다른 사람이 탐욕적일 때 공포를 느끼고 다들 공포스러워 할 때 탐욕적이 되라는 워런 버핏의 조언이 우리 주택 시장에도 적용되는 한 해가 될 것이다. 우리 자산 시장에 부는 유동성이라는 훈풍을 지혜롭게 활용하는 2014년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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