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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뉴스

월세살이 손익계산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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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세살이 손익계산하는 법

 

 

 

주거비용이 소득의 30% 넘으면 '위험'… '싼 전세' 더이상 없어

중소기업에 다니는 정모씨(30)는 매월 15일이면 부부싸움이 잦아진다. 월 급여의 1/3에 해당하는 70만원을 월세로 내는 날이기 때문이다. 정씨는 지난 봄 전세 재계약 때 '전세난민'에서 '월세난민'으로 전락했다.

정씨는 지난 2011년 서울 강북구의 전용면적 84㎡ 아파트에 2억원을 내고 전세살이를 시작했다. 재계약을 맞아 전세보증금 인상을 각오했는데 집주인이 꺼낸 카드는 보증부 월세전환이었다. 다른 전셋집으로 옮길까도 고려해봤지만, 새로 전세계약을 한다 해도 또다시 월세전환 요구를 받을지 모르고 이사비용과 아이 학교 문제도 있어 울며 겨자 먹기로 월세계약을 받아들였다. 정씨는 "연 800만원이 넘는 돈이 월세로 사라진다니 한숨만 난다"고 가슴을 쳤다.

과거 춥고 배고픈 고통이 가난의 상징이었다면 최근에는 '집 없는 설움'이 서민을 무겁게 짓누른다. 전세에서 '내 집 마련'으로 나아가기는커녕 전세에서 월세로 밀려나는 이들이 늘어나는 요즘, 집 없는 설움을 벗을 길은 정말 요원할까.
 

◆ '임차료 셈법' 월세 전환하면 추가 부담 얼마나

'전세난민→월세난민→경제적 난민'? 오윤섭 닥터아파트 대표는 렌트푸어가 되면 안 되는 이유로 전세난민이 월세난민으로 떨어지고, 월세난민이 다시 경제적 난민으로 추락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맞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 임차료 부담을 이기지 못해 생활고에 허덕이는 '렌트푸어'가 급증하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12년 주거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소득의 30% 이상을 집세로 쓰는 렌트푸어(임대료 과부담 가구)는 238만4000가구로 추산됐다.

더욱이 전세가구가 월세가구로 전환되면 주거비 부담은 눈덩이처럼 커진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의 '주택 월세시장 분석' 보고서에 의하면 지난 4월 기준 수도권 전세아파트 가운데 중간가격대(1억6350만원 기준)에 거주하는 가구가 월세로 전환하는 경우 연간 약 577만원의 추가 부담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월 50만원에 가까운 부담이 추가로 느는 것.

소득이 게걸음하는 상황에서 이러한 주거비 급증은 경제적 난민으로 떠밀리는 주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 이관석 신한은행 자산관리솔루션부 맞춤솔루션 팀장은 "전세대란 속에 치솟는 전세값을 감당하기 어려워 반전세를 선택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데 이 경우 전·월세 전환율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통상 전·월세 전환율(보증금을 월세로 전환할 때 적용되는 이율)은 연 6~10% 수준으로 시중은행 전세자금 대출금리(연 4% 안팎)보다 2~6%포인트가량 높다.

반면 일각에선 "월세가 전세보다 유리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흔히 "전세는 돌려받는 것이라 돈이 안 들어간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목돈이 묶이는 데 따른 기회비용과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가치 축소를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3억원의 전세보증금을 4% 확정금리 상품에 예치했다면 연 1200만원의 이자를 받을 수 있다. 만일 이 자금을 밑천 삼아 수익형부동산이나 주식 등 공격적 투자로 8~10%의 수익을 올렸다면 연 이익도 2400만~3000만원으로 늘어난다. 월세시대를 피할 수 없다면 적극적으로 월세 이상의 수익을 올리는 방법을 모색하라는 조언이다.
 

◆ '착한 전세'에 대한 환상 버려야

임대차시장이 월세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면서 전·월세 제도에 대한 인식의 재정립도 요구되고 있다. 김동엽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은퇴교육센터장은 우선 '착한 전세'에 대한 기대를 버릴 시점이라고 말했다. "전세가 무조건 좋은 게 아니라 싼 전세가 좋은 것"이라는 지적이다.

향후 집값이 올라가지 않거나 하락한다면 전셋값이 집값을 추월할 정도로 높아질 수 있어서다. 집주인이 생각하는 주택은 크게 주택가격이 오르면서 발생하는 차익과 전세금에서 나오는 이익으로 구성된다. 김 센터장은 "그동안 전셋값이 저렴했던 것은 집값 상승으로 인한 이익이 컸던 덕분"이라며 "부동산 침체가 깊어지면 주택 구입에 따른 투자원금에 부동산 소유에 대한 리스크까지 안아야하기 때문에 '싼 전세'는 더 이상 존재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은퇴를 앞둔 이들이라면 이러한 월세시대의 득실을 보다 세밀하게 이해하고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다. 김 센터장은 "전세제도가 없어지면 자녀의 결혼비용 등으로 전세금을 지원해줄 필요가 없어지므로 자녀 지원을 줄이고 은퇴준비에 더 많은 투자를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반면 자가주택 없이 은퇴를 앞둔 경우라면 주거비용을 줄이기 위해 집을 구입해 임차료 부담에 대한 구체적인 고민이 필요하다.

현재 우리나라의 월세지원제도는 걸음마 수준이다. 정부 지원은 여전히 전세대책에 쏠려있는 가운데, 올 들어 새롭게 등장한 월세지원 상품마저 맥을 못추고 있다.

지난 상반기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이 내놓은 월세 세입자 지원을 위한 월세전용대출 금리는 연 4~6%다. 그간 월세 때문에 제2금융권 등에서 고금리 대출을 받았던 세입자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다. 그러나 지난 9월10일 기준 이들 은행의 월세대출 건은 모두 합해 10건에 불과하다. 월세조차 마련하기 힘든 서민을 위한 대출이지만 문턱이 높은 탓이다. 이들 상품은 신용대출로 저신용자가 이용하기 어렵고, 신용대출을 받은 경우라면 대출한도가 그만큼 낮아진다.

이처럼 현재 국내 유일한 월세지원 상품이 '면피용'에 불과하다면 월세 난민들에게 탈출구는 없는 걸까.

신동일 KB국민은행 대치PB팀장은 "다운사이징(소형화)은 월세시장에서도 꼭 필요한 개념"이라며 대형자동차처럼 대형주택을 '과시형'으로 선택하는 세태를 꼬집었다. 그는 "잠자리 공간이 좁아질수록 재테크 성공확률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엽 센터장 또한 "원하는 집에 맞춰 주거비용을 늘릴 게 아니라 소득수준과 현금 흐름에 맞춰 주거지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통상 총 주거비용이 전체 소득의 30~35%를 넘어가면 위험한 것으로 간주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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