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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타운·재개발 매몰비용... 정부·건설사가 나눠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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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타운·재개발 매몰비용, 정부·건설사가 나눠낸다

- 국회 조세소위, 민주당 '조세특례법 개정안' 잠정 합의
- 건설사가 조합 빚 포기하면 법인세 감면
- 서울시 등 출구전략 탄력...건설사 참여가 '관건'

[이데일리 박종오 정다슬 기자] 뉴타운·재개발 출구전략의 걸림돌로 작용했던 매몰비용(사업 진행 과정에서 투입된 비용)을 정부와 건설사가 공동 부담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여·야 정치권이 최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개정 법안을 처리하기로 합의한 때문이다. 이에 따라 그동안 조합의 매몰비용 처리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던 지방자치단체들의 뉴타운 출구전략이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25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는 전날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에서 이 같은 내용의 조세특례제한법 일부개정안을 통과시키기로 잠정 합의했다. 이 안은 김경협 민주당 의원이 지난 6월 대표 발의한 것으로, 건설사가 해산된 조합에 빌려준 사업비를 돌려받지 않는 대신에 세금을 일부 감면받는 게 핵심이다. 새누리당 소속 나성린 조세소위위원장은 기자와 통화에서 “소위에서 양당이 민주당 안에 잠정적으로 합의했다”며 “일단 건설업계 얘기를 들어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여·야는 서로 상이한 해법을 두고 논쟁을 벌여왔다. 민주당 안은 건설사가 조합에 빌려준 자금을 ‘전부’ 포기하면 이 비용을 기업 회계상 손실로 인정해 법인세를 일부 깎아준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건설사가 조합에 빌려준 돈 100억원을 회수하지 않으면 세금 22억원(법인세율 22%)을 보전받게 된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은 야당 안이 국민 세금으로 조합에 면죄부를 주는 셈이라며 반발해왔다. 그러면서 나성린 새누리당 의원은 건설사가 최대한 돈을 돌려받은 뒤 회수가 어려운 채권만 손실로 처리하는 내용의 유사한 법 개정안을 내놨다.

그러나 소위에서 결국 여·야가 야당 안에 힘을 싣기로 한 것은 나성린 의원 안의 경우 건설사의 채권 추심을 부추겨 건설사-조합-조합원 간 갈등을 낳을 것이라는 우려가 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박원석 정의당 의원은 “뉴타운·재개발 사업은 정책 실패라는 점에서 세제 지원이 필요하다는데 여·야 의원들이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말했다.

법안이 통과되면 각 지자체의 뉴타운·재개발 출구전략에도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매몰비용 처리 문제는 그동안 출구전략의 최종 성과를 좌우할 핵심 과제로 여겨져왔다. 실제로 서울시에 따르면 이달 16일 현재 조합과 추진위원회가 설립된 서울시내 뉴타운·재개발 구역 141곳 가운데 89곳에 대한 실태조사가 마무리됐지만, 해산을 신청한 사업지는 6곳에 불과했다. 추진위가 해산할 경우 서울시가 사업 비용의 70%까지 지원할 수 있지만 조합은 불가능해 상당수 주민들이 청산을 망설이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새 법이 시행되면 해산하는 조합이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김경협 민주당 의원이 국토교통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전국 재개발·재건축 사업 추진위원회와 조합은 1018곳에 달한다. 구역당 매몰비용(경기도 기준)은 추진위의 경우 평균 5억5000만원, 조합은 23억원으로 추정된다. 예상 매몰비용은 총 1조2529억원이다. 만약 전체 사업 구역의 20%가 해산할 경우 이 방식을 적용하면 건설사는 1950억원(78%), 정부는 550억원(22%·증여세 감면분 제외)을 부담해 매몰비용 문제를 모두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정치권은 보고 있다.

합의된 개정안은 상임위와 본회의 표결 등을 거쳐 이르면 내년 상반기 시행될 예정이다. 앞으로의 관건은 건설사의 참여 여부다. 건설사가 채권 회수를 포기하지 않기로 하면 결과적으로 있으나 마나 한 법이 되기 때문이다.

서울시 등 지자체는 건설업계가 시장 호황기에 과도하게 수주했다가 털어내지 못한 미착공 사업장으로 애를 먹고 있는만큼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진희선 서울시 주거재생정책관은 “논의 과정에서 건설사 임원들을 만나보니 상당 부분 공감대를 표했다”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사업장과 부실 채권을 정리할 수 있게 되면 건설사 입장에도 보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투입한 돈의 20% 정도만 보전해 준다는 얘기여서 흔쾌히 받아들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면서도 “내부적으로 다시 현황을 파악해 실효성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종오 (pjo22@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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