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2014.01.14 00:11
13일 낮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체감온도가 영하 10도 아래로 떨어지면서 찾는 이가 뜸했지만 전화통엔 불이 났다. 사장과 직원 한 명이 번갈아 전화통과 씨름을 했다. 김모 사장은 “오전 10시 조금 넘어 문을 열었는데 부재중 전화가 10통도 넘게 들어와 있었다”고 전했다. 전화를 받느라 점심도 대충 때웠다는 김 사장은 “이맘때면 전세 문의가 대부분이었는데 올해는 매수 문의가 많다”며 “오른 전셋값을 대려면 어차피 대출을 받아야 하는데 그럴 바에는 사자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주택시장이 길고 긴 침체의 터널을 빠져나오는 것일까. 모처럼 주택시장에 활기가 돈다. 매수 문의가 크게 늘었고, 실제 계약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이 덕에 아파트값 상승폭은 커지고 있다. 전셋값이 치솟은 데다 잇따른 규제 완화 등으로 주택 매매 환경이 좋아진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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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감정원 조사 결과 지난주 서울·수도권 아파트값은 0.08% 오르며 전주(0.06%)보다 상승폭을 키웠다. 주택 거래도 늘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 들어 13일까지 서울 아파트 거래 건수는 1460건으로, 지난해 1월 전체 거래량(1134건)을 훌쩍 넘어섰다.
연초 주택시장이 꿈틀거리는 건 실수요자가 유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중계동 을지공인 서재필 사장은 “전셋집이 큰 폭으로 올랐고, 전세 물건 자체도 씨가 마르면서 차라리 집을 사겠다며 매수에 나선 사람들이 적지 않다”고 전했다. 서울·수도권 아파트 전셋값은 새해 첫 주인 지난주에도 0.22% 오르며 72주 연속 상승했다.
서울 반포동 래미안 퍼스티지 84㎡(이하 전용면적)형은 한 달여 만에 3000만원이 올라 10억원을 호가한다. 경기도 성남 판교신도시 태영데시앙 84㎡형은 4억5000만원 선으로 지난달에 비해 4000만원가량 뛰었다. 전셋값이 급등하면서 매매가격과의 차이도 확 줄었다.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셋값 비율)은 지난해 말 현재 전국 평균 68.7%로 2002년 10월(66.2%) 이후 최고치다. 서울·수도권 전세가율도 64.8%로 집값이 급등했던 2000년대 초반 수준을 웃돈다. 판교신도시 태영경남공인 김남일 사장은 “전세 수요가 일부 매매로 돌아서면서 매매 거래가 늘고 매도 호가도 한 달여 새 2000만~3000만원 뛰었다”고 전했다.
전세 수요의 매매 전환은 전셋값이 뛰어서만은 아니다. 취득세가 1~2%로 인하됐고 초저금리 공유형모기지 대출 출시 등 주택 매매 환경도 좋아졌다. 신한PB 이남수 서초센터 PB팀장은 “세제·금융 혜택의 확대로 내 집 마련 여건이 크게 개선되면서 자금여력을 갖춘 실수요가 매매시장에 유입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집값이 바닥을 쳤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것도 호재다. 부동산정보회사인 닥터아파트가 지난 6일부터 10일까지 전국의 만 20세 이상 성인 남녀 334명을 대상으로 ‘집값이 언제 바닥을 칠 것인지’를 물은 결과 응답자의 68.6%가 이미 바닥을 쳤거나 연내 바닥을 칠 것이라고 응답했다.
KB국민은행 박원갑 부동산전문위원은 “지난해 말 부동산 관련 규제 완화 법안이 잇따라 국회를 통과하면서 정책의 불확실성도 상당부분 해소됐다”고 말했다. 이 같은 분위기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이 많다. 올해에도 전셋값이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정부의 추가 대책에 대한 기대감 또한 높기 때문이다.
주택산업연구원은 최근 ‘2014년 주택시장 전망 보고서’를 통해 올해 전셋값이 2%(전국 평균)가량 오를 것으로 예측했다.
불확실한 경제상황이 변수
한국감정원도 3%대 상승을 예상한다. 주산연 김리영 책임연구원은 “신규 입주 물량이 늘면서 상승폭이 지난해보단 줄겠지만 대기 수요 등으로 올해 전셋값도 오름세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남수 팀장은 “전세 계약 기간인 2년 전에 비해 전셋값이 50% 정도 뛰어 매매로 눈을 돌리는 전세 수요가 꾸준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가계 부채가 1000조원을 돌파하는 등 대내외 경제 상황이 좋지 않아 분위기를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주택시장 분위기가 좋아지고는 있지만 잇따른 규제 완화로 인한 일시적인 현상일 수 있다는 것이다. 건국대 심교언(부동산학과) 교수는 “아직은 집값이 대세 상승기에 접어들었다고 보기 힘들다”며 “급증한 가계 부채 등 불확실한 경제 상황이 주택시장 정상화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황정일·황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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