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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뉴스

부동산시장... 차익에서 수익으로 지각변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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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 입력 2014.01.14 08:01

 

집 사면 '내집 마련+시세차익' 기대했던 시대 지나

부동산 시장, 매매 중심에서 임대 중심으로 체질변화

베이비붐 세대, 집으로 수익 기대…1~2인 가구 급증에 임차 수요↑

[김호영·김하나 기자]"저희 엄마는 전업주부셨지만 강남에서 살면서 분당 아파트들에 투자하셨죠. 어떨 때에는 아빠 보다도 많이 버셨던 것 같아요. 저는 동탄에 투자했는데 집값이 생각보다 안 올라서 아예 눌러 앉았습니다."(이모씨·39세)

 

 

 

"처음에 신혼집은 회사 주변 원룸이었죠. 쌍둥이 태어나고 회사 그만두면서 김포까지 왔습니다. 오르는 전셋값을 따라잡다보니 입주 아파트만 전전하고 있습니다."(김모씨·32세)

열심히 일해서 집부터 사야했던 시대가 있었다. '내집 마련'과 '시세 차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었기 때문에 집을 일찍 마련할 수록 돈이 되던 시절이었다. 매매시장이 주를 이뤘고 아파트는 짓기만 하면 청약자들이 줄을 섰다. '일찍 장가가야 돈 번다'는 어른들의 말씀엔 '빨리 알뜰살뜰 돈 모아서 내집 마련해야지'의 의미가 포함되어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부동산 시장에서 '집을 가진 자'는 '고민을 가진 자'가 됐다. 시세차익은 고사하고 거래자체가 안되는데다 집을 마련하겠다고 잔뜩 받아놓은 빚은 처치곤란이 됐다. 고민의 시간이 길어지는 동안 퇴직시기는 다가오고 집 팔아서 목돈을 마련하려고 했던 시기도 다 놓쳤다. 세입자들 또한 고민이 산더미다. 낮은 전세를 찾아 이사하는 '전세 난민'이 되던지, 매달 쪼들리더라도 '월세 전환'을 해야할지 갈림길에 서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시장은 이미 매매 시장보다 임대시장의 비중이 급격히 커지고 있다. 지난해 서울 아파트의 전세가격 시가총액은 314조9022억원(부동산써브 조사)으로 사상 처음으로 300조원을 넘어선 것도 이를 반증하는 숫자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5월 기준으로 부동산 거래시장에서 매매와 임대의 비중은 20대 80으로 임대의 비중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서울의 경우는 더욱 심각해서 임대의 비중은 84%에 달한다.

한경닷컴은 2014년 신년 기획으로 < 부동산, 이제는 월세시대 > 를 연재한다. 이미 커져버린 임대시장에서 임대인에게는 올바른 시장상식과 재무정보를 제공하고 임차인에게는 사정에 맞는 집을 구하는 방법을 제시하고자 한다. 임대인, 임차인 그리고 미래의 임대인을 위한 좋은 길잡이가 됐으면 한다. < 편집자주 >

 

 

◆내리막길 걷는 집값, 아파트 분양시장 '썰렁'

아파트를 분양하는 현장인 모델하우스에 가면 적게는 100여명 많게는 몇천명까지 관람객들을 볼 수 있다. 건설사들은 모델하우스에 집객인원은 청약이 '대박'일지 '쪽박'일지 알 수 있는 가늠자였다. 그러나 몇년 전 부터는 분위기 만으로는 알 수 없어졌다. 관람객 따로, 청약 따로, 계약 따로인 분위기여서다.

분양 관계자는 "예전에는 구름떼처럼 관람객들이 모이면 청약 성공으로 이어지는 게 당연했습니다. 계약도 걱정없었고 아파트에 웃돈이 붙는 경우도 다반사였죠. 이제는 청약 당첨자가 계약할 때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는 게 현실입니다"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아파트를 파는 쪽 뿐만 아니다. 사는 쪽도 어려움을 토로하기는 마찬가지다. 빚까지 내서 집을 사뒀다가 시세가 떨어지면 손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기존의 집이건 새로 분양하는 집이건 선뜻 매입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아파트 매매가격의 하락은 2009년부터 지속되어 왔다. 지난해 9월까지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년동기대비 0.37% 하락했다. 같은 기간 서울에서는 1.94%, 경기도에서는 2.0% 떨어져 더욱 심각한 침체현상을 나타냈다. 오히려 지방광역시에서는 1.56%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반면 임대시장의 오름세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전셋값은 해마다 오르고 있고 월세시장의 비중은 늘어나고 있다. 전셋값은 지난해 9월까지 전국에서 4.31%가 올랐다. 서울과 경기도에서 각각 5.34%, 5.35%씩 상승했고 지방광역시에서도 3.13% 오름세를 보였다. 지난해 11월 기준 전·월세 거래에서 월세계약이 차지하는 비중은 40%에 달했다. 2011년 32%에서 8%포인트 증가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매매가 대비 전세가인 전세가율도 해마다 높아지고 있다. 전국 아파트의 전세가율은 66.4%로 2002년 10월(66.2%) 이후 최고점을 찍었다. 수도권 아파트의 전세가율도 62.1%로 집값이 급등했던 2000년대 초반 수준을 웃도는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원인으로 거래부진과 가격하락, 저금리 등을 꼽고 있다. 김희선 알투코리아 전무는 "집을 팔아서 돈을 버는 이른바 '차익'을 추구하는 시대는 끝나고 있다"며 "집을 보유하고 있는 동안 대출 이자가 나가다보니 세입자를 통해서라도 돈을 벌자는 이른바 '수익'을 올리는 분위기가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임대시장 급증, 전셋값 급등+월세 비중 증가

그렇다면 왜 이렇게 전월세가 급증하게 됐을까? 집주인들은 왜 전월세 가격을 올릴 수 밖에 없을까? 전문가들은 그 이유를 '인구구조 변화'에서 찾아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임대인인 베이비붐세대(1946~1965년생)와 임차인인 1~2인 가구 모두가 증가하는 추세여서 임대 시장은 늘어날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베이비붐 세대들은 수명이 늘어나고 은퇴가 가속화되고 있지만, 은퇴 후 마땅한 수입처가 없고 가진 자산이라고는 집이 전부인 경우가 다반사다. 이들 세대들은 부모를 부양하고 자식들의 결혼까지 돌봐줬던 세대다. 심지어 손주들까지 돌봐주는 세대이기도 하다. 살고 있던 집을 처분하자니 늘어난 수명과 의료비로 살아갈 길이 막막하다. 그나마 시세차익을 염두하고 빚으로 샀놨던 집. 전세로 줬던 그 집의 전세금을 올리거나 월세로 돌려서 생활할 수 밖에 없는 형편이 됐다.

임차 수요인 1~2인 가구가 늘고 있는 점도 시장이 늘어나는 데 한 몫을 했다. 통계청이 내놓은 2010년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서울 1~2인 가구 중 30세 미만은 96.2%가 임차로 거주하고 있었고 이 중 66.4%가 월세 거주자였다. 30~40세 가구는 82.6%가 월세에 거주하고 있었다. 1~2인 가구의 증가는 더욱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2020년에는 그 비중이 47%, 2030년에는 51.8%에 이를 것으로 통계청은 내다봤다.

1~2인 가구가 내집 마련이 어려워진 환경도 임대시장을 키웠다. 금융위기 이후 소득이 정체됐고, 이러한 소득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주택가격은 내집 마련의 의욕을 꺾었다. 주택소유율이 60%를 넘어선 것도 이유다. 선진국의 경우도 자가주택 마련이 60~70% 수준에 도달하면 주택소유율이 개선되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가계부채가 1000조 원 시대에 돌입했다. 지난해 9월 가계신용 991조7000억 원에 10~11월 예금취급기관에서 늘어난 9조원을 합치면 가계부채는 1000조 원을 돌파했다는 계산이다. 가계 빚이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을 지까지 걱정하기에는 이번 달 월세와 카드값을 걱정해야 하기에 벅찬 게 현실세계다.

서울 신림동에 살고 있는 김 모씨(30세)는 대학교 입학과 함께 대구에서 서울로 상경해 살고 있는 1인 가구다. 그는 "지난 10년간 하숙집 자취방 원룸 등을 전전하면서 내집 마련에 대한 강박 같은 게 있었지만, 이제는 포기하니 마음이 한결 편하다"며 "은행에 내나 집주인 한테 갖다주나 매달 나가는 돈은 마찬가지 아니겠냐"며 반문했다. 그는 그러나 "특별한 연고도 없이 신림동 부근에서만 살았다"며 "어차피 내야할 월세라면 좋은 집에 싼 월세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김호영·김하나 기자 ha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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