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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상식

무법지대 "깔세"... 법의 보호를 받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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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법지대 "깔세"... 법의 보호를 받으려면?

 

 

 

 

최근 월세 선납형 단기임대가 늘고 있다. 보증금이 없는 대신 3개월 정도 월세를 미리 내는 이른바 ‘깔세’ 방식이다. 세입자는 보증금 부담이 없어 좋고 건물주는 시세보다 높은 월세를 받아 서로 이해가 맞아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단기임대차에서 분쟁이 많이 발생한다. 임대차 보호법상 ‘일시사용을 위한 임대차’일 경우 세입자는 법의 보호받을 수 없다는 조항 때문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오해가 있다. 단기임대차를 모두 일시사용을 위한 임대차로 보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사례를 통해 세입자가 보호 받을 수 있는 경우를 알아보자. 한편 단기임대차의 피해자가 반드시 세입자만은 아니다. 반대로 임대인이 당하는 사례도 알아보자.

사례 #1 바뀐 건물주가 선납 월세를 나몰라 하면

지방에 근무하는 직장인A씨는 서울 본사의 T/F 팀 발령을 받았다. 팀 활동 기간은 약 반년으로 예정되어 회사 근처 원룸을 구했다. 풀옵션으로 월세 100만원 6개월 선납조건이다. 그런데 입주 2개월 만에 원룸 건물이 팔렸고 바뀐 주인은 이달부터 월세를 내라고 한다. A씨가 선납월세 계약서를 보여주었지만 자기는 인수받은 바 없으니 억울하면 전 주인에게 따지라는 것이다. 과연 A씨는 새 주인에게 대항할 수 없는가?

우선 관련 법 조항을 보자.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 (대항력 등) 제3항
임차주택의 양수인은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한 것으로 본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11조(일시 사용을 위한 임대차)
이 법은 일시 사용하기 위한 임대차임이 명백한 경우에는 적용하지 아니한다.

법3조를 보면, 건물을 산 사람 즉 양수인은, 전 주인이 맺은 임대차 계약을 승계하도록 되어 있다. 따라서 세입자는 계약 조건대로 계속 살수 있고, 보증금이 있는 경우, 만기가 되면 바뀐 주인으로부터 보증금을 받아 나올 수 있는 것이다. 이를 ‘임차인의 대항력’ 이라고 한다. 그러나 법11조가 문제가 된다. 일시사용을 위한 임대차에는 이 법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사례의 원룸 주인도 아마 이 조항을 염두에 두고 세입자를 몰아 부치고 있을 것이다. 사례의 임차인이 과연 여기에 해당하는 것일까?

임차 기간이 짧다고 해서 ‘일시 사용을 위한 임대차’ 로 보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일시 사용이 명백한 경우’에 대한 기준이 법 조문에는 없다. 따라서 임차물의 종류, 임차의 목적 그리고 임차기간의 장단 등을 기준으로 하여 구체적ㆍ개별적으로 판단할 수 밖에 없다. (이덕환, 2010, 채권각론 372쪽) 우선 임차물의 종류에 관하여, 판례에서는, 숙박을 위한 호텔 또는 여관의 임차를 일시 임대차로 보았다. (대법원 1994.12.8.선고, 93다43590 판결) 또한 임차의 목적에 관하여, 학설은 예컨대 지방에 근무하는 교사가 방학 동안 연수교육을 받으러 상경하여 1개월간 주택을 빌린 경우를 일시 임대차로 볼 수 있다고 하였다.(김상용, 2009, 채권각론, 286쪽)

그렇다면 위의 사례에서 직장인 A씨의 경우 T/F팀의 활동기간은, 학교의 방학처럼 확정된 기간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변동될 수 있기 때문에 ‘일시 사용이 명백한 경우’로 인정받기는 어려워 보인다. A씨로서는 바뀐 건물주에게 법3조를 근거로 선납월세를 당당히 주장할 수 있다. 물론 건물주가 법11조를 근거로 반발하여 분쟁으로 가면, 최종 판단은 법원이 할 수 밖에 없다.

단기임대에서도 세입자의 전입신고는 필요하다

만약 사례의 임차인이 원룸에 전입신고가 되어있지 않다면 어떻게 될까? 이 때는 일시 임대차 여부와 관계없이, 임차인으로서의 대항력이 없어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없게 된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 제1항) 따라서 단기임대를 하는 경우에도 일단 전입신고를 해두어야 후일 임대인의 횡포에 대처할 수 있다.

사례 #2 장기 세입자 들어오니 단기 세입자는 나가라

등산복 매장을 운영하는 B씨는 서대문구 북아현동에 마침 비어있는 점포를 깔세로 얻었다. 월세 150만원씩 3개월분 450만원을 선납했다. 보증금이 없는 대신, 오래 있을 사람이 나타나면 언제라도 비워준다는 조건이 붙어 있다. 영업이 그런대로 괜찮아 다시 3개월 연장을 한지 얼마 안되어 건물주로부터 가게를 일 주일 내에 비우라는 통지를 받았다. 2년짜리 정식 계약을 할 사람이 왔다는 것이다. 아무리 계약조건이 그렇다고 해도, 계약기간이 아직 남았는데 당장 비우라니, B씨는 분통이 터진다.

이 경우에도 세입자와 건물주는 각자 자신에게 유리한 법 조항을 주장하면서 반대 입장에 서게 된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 9조 임대차기간 등
기간을 정하지 아니하거나 기간을 1년 미만으로 정한 임대차는 그 기간을 1년으로 본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 15조 강행규정
이 법의 규정에 위반된 약정으로서 임차인에게 불리한 것은 효력이 없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16조 일시 사용을 위한 임대차
이 법은 일시 사용을 위한 임대차임이 명백한 경우에는 적용하지 아니한다.

세입자는 임대 기간을 1년으로 주장할 수 있다

먼저 세입자의 주장을 보자. 계약서에 3개월로 하고 다시 구두로 3개월 연장하여 현재 6개월로 되어 있지만, 법9조에 따라 1년으로 갈 수 있다. 다음 임차인이 오면 비워준다는 특약이 있지만, 법 15조에 따라 무효가 된다. 한편 건물주는 법16조를 근거로 세입자가 아예 이 법의 보호 대상이 안 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역시 쟁점은 사례의 임대차 계약이 ‘일시 사용이 명백한 임대차’ 로 볼 수 있는가, 없는가에 있다.

임차의 목적으로 보아 일시 사용 임대차로 보기 어렵다

사례의 경우 등산복을 파는 영업 기간도, 어떤 시한을 두기보다는, 상황에 따라 연장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사회 통념에 가까울 것이다. 다시 말해 임차의 목적으로 볼 때 일시사용이 명백한 임대차로 보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그렇다면 세입자는, 단기임대차라고 해서 지레 겁을 먹지 말고, 당당하게 법의 보호를 주장해야 한다. 물론 이 경우에도 세입자는 사업자등록이라는 대항요건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3조 제1항) 건물주가 반발하면 역시 최종 판단은 법원이 할 수밖에 없다.

이제 반대로 건물주가 당하는 사례를 보자.

사례 #3 임대차법을 악용하는 세입자

서울 강남의 상가를 소유한 C씨는 화장품 할인판매업자 D씨에게 6개월간 임대하기로 했다. 보증금 없이 월세 200만원으로 하고, 임차인의 연장 요구를 막기 위해 특약으로 “임차인은 6개월후 조건없이 명도한다”라고 기재했다. C 씨는 아들이 6개월 후에 군복무를 마치고 나오면 그 자리에 사무용품 대리점을 열어주겠다고 약속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6개월 후 D씨는 물건 재고가 아직도 남았으니 1년을 채우게 해달라고 한다. 주위에 알아보니 6개월을 연장해주면 그 때 가서 다시 5년을 요구할 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C씨는 가슴이 철렁했다. 과연 대응 수단이 없는가?

상가 임차인은 6개월 계약하고 5년을 눌러앉을 수 있다

사례#3은 사례#2를 상대방인 건물주 입장에서 보는 셈이다. 세입자는 법의 조항을 악용하고 있다. 1년 미만으로 정한 임대차는 1년으로 볼 수 있고(법9조), 조건 없이 명도한다는 특약이 있어도 임차인에게 불리한 것은 효력이 없기 때문이다(법15조). 세입자의 이러한 주장을 물리치려면, 이 경우를 일시사용을 위한 임대차라고 받아 쳐야 하는데(법16조), 판례와 학설로 볼 때 인정받기 어렵다. 한편 사례의 세입자 D씨는 1년이 되면 재계약을 요구할 수도 있다. 상가 임차인에게는 5년간 갱신요구권이 있기 때문이다.

□ 단기 임대 ≠ 일시 사용 임대차

이제 단기임대로 인한 피해의 원인과 예방책을 정리해보자. 이 분쟁은 관련 법 조항의 오해에서 비롯되는 사례가 많다. 상담을 해보면 사람들이 ‘단기 임대 즉 일시 사용 임대차’로 쉽게 단정해 버리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된다. 그래서 세입자들은 단기임대라 어차피 법의 보호를 못 받는 것으로 알고 미리 위축되어 버린다. 건물주도 역시 잘못 알거나 때로는 알면서도 이 조항을 악용하기도 한다. 그러나 단기임대가 일시 사용을 위한 임대차로 인정받는 경우는 아주 드물다.

그렇다면 세입자가 단기임대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정상적인 임대차로 생각하고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요건을 구비해 놓는 것이다. 주거용이면 전입신고를, 상가이면 사업자등록과 환산보증금 한도 등을 미리 챙겨두어야 한다. 그리고 건물주가 무리한 요구를 하면 당당히 보호되는 권리를 주장하는 것이다.

반대로 건물주 입장에서 단기임대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한 방도는 사실 마땅치 않다. 임차인 보호 조항을 악용하는 세입자를 견제하기 위해서는 일시사용 임대차로 맞서야 하는데, 실제 이 조항을 적용하기가 의외로 까다롭기 때문이다. 그래서 만기일에 반드시 명도 받으려면 예컨대 제소전 화해조서 같은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법의 조항을 떠나서 둘 사이의 약속을 존중하고 지키는 계약 문화가 자리잡기를 기대한다.

(주) 여기에서 사용한 ‘단기임대’ 또는 ‘단기임대차’ 라는 용어는 민법 619조의 ‘단기임대차’ 와는 다른 의미임을 밝혀둡니다.

이인덕

이인덕

서울시청 임대차상담위원
서울대학교 상과대학을 졸업하고 서울시립대에서 도시행정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상담실에 접수되는 부동산 분쟁 사례를 통해 그 예방법을 찾는다. 잘못 알고 있는 거래 상식, 법과 어긋나는 거래 관행 때문에 발생하는 사건·사례들을 글로 쓰고 있다. 현장의 공인중개사들을 상대로 계약서 작성 실무 교육도 한다.
저서『나몰라 임대인 배째라 임차인』(부연사)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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