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월세 시장 구조변화와 청년세대의 고통
최근 전세가격 상승과 월세로의 급격한 전환은 하우스푸어로 불거져 오던 주거불안정의 문제를 급기야 렌트푸어로까지 이어지게 하면서 집을 가진 자(者)나 갖지 못한 자(者) 모두를 힘들게 하고 있다. 물론 주택가격 상승을 통해 얻어지는 자본이득이 사라지면서 경제적 능력을 갖춘 자발적 전세거주자들이야 논외겠지만, 대부분 비자발적으로 서울에서 밀려나가거나 혹은 소득의 일정 부분을 월세로 부담하는 반전세는 가계살림을 더욱 팍팍하게 하고 있다.
특히 최근과 같은 주택가격의 하락과 전세가격 상승, 월세 전환 증가로 나타나는 주택시장의 변화는 청년세대에게는 더욱 큰 부담으로 고스란히 전가된다. 물론 부모세대도 주택시장 패러다임 변화로 인해 고통을 받고 있지만, 이들이 주택가격 상승시기에 달콤함으로 행복한 꿈을 꾸었던 시기가 있던 것과 비교하면 청년세대는 주택시장 진입부터 주거비 부담이 증가하면서 주거 불안정이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취업난 그리고 불안한 미래
미국에서는 25세~34세의 젊은이들을 ‘young adult’라고 하며, 영국은 16세~30세의 젊은이들을 ‘young people’로 정의하고, 자료에 따라 25세 미만, 25~29세, 30세~34세로 구분하여 비교하는 경우도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일반적으로 20~30대를 청년세대라고 지칭한다. 청년세대에 대한 연령구분이 나라마다 조금씩 상이한 것은 각자 나라 상황에서 교육, 취직 등의 평균 연령대가 다르고 이에 따라 부모로부터 독립하는 시기도 다양하기 때문이지만 대체로 학업과 취업 그리고 결혼까지 이르는 시기를 일반적인 청년세대라고 본다.
각 나라별로 청년세대를 지칭하는 단어들도 다양한데 우리나라에서는 ‘88만 원 세대’라고 표현한다.1) 스페인에서는 ‘니 밀 에우리스타스’라고 부르는데, 이는 2005년 발간된 이탈리아 소설 <1000유로 세대>에서 따온 것으로 ‘1000유로도 못 버는 세대’를 뜻한다. 즉, 한국의 ‘88만 원 세대’와 같은 개념이다.2) 독일의 경우는 교육수준은 높지만, 불안한 정규직이 되기 힘들어 임시직원으로 직장생활을 해야 하는 젊은이들을 ‘인턴세대’라고 부르며, 프랑스에서는 ‘불안한 세대’, 영국에서는 ‘IPOD’ 세대라고 부른다. 애플사의 디지털 뮤직 플레이어 ‘아이팟’에 환호하는 세대라는 뜻도 있지만, ‘Insecure(불안하고), Pressured(압박이 심하고), Overtaxed(세금부담이 크며), Debt-Ridden(빚 때문에 고통받는)’의 머리글자를 따서 만든 말3) 로, 현시대를 살아가는 청년세대의 사회경제적 불안감을 그대로 드러내는 표현들이 대체적으로 비슷하다. 이러한 청년세대의 불안감은 주택시장에도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
미국 Boomerang Generation(부메랑 세대)
미국 주택시장의 자가점유율은 1990년부터 2005년까지 꾸준한 상승세였지만 2010년에는 모든 연령대에서 감소추세로 돌아서, 2005년 대비 25세 미만(2.9%↓), 25~29세(4.1%↓), 30~34세(4.2%↓), 35~44세 역시 (4.3%↓) 감소하였다. 최근 불안정한 주택시장에서 가장 큰 영향을 받은 것은 바로 25세~29세의 젊은 청년층으로 실로 지난 수년간 이 연령층의 주택자가율은 10%가량 감소하였다.4) 청년세대의 경제적 자립 능력이 떨어지면서 부모와 함께 동거하는 세대를 "Boomerang Generation"이라고 지칭하는데, ‘던져도 돌아오는 부메랑의 특성에 빗대어 독립하였다가 다시 부모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하는 젊은 세대’를 의미한다. 최근에는 이 같은 부메랑 세대 비율이 점점 증가하고 있으며, 부모로부터의 지속적인 경제적 지원 역시 낯설어하지 않고 있다. 현재 미국 18~31세 가운데 부모와 사는 청년세대의 비율은 1968년 36%에서 43%로 증가했고, 같은 기간 동안 결혼을 통해 배우자와 사는 비율은 56%에서 23%로 급감했다. 18~34세의 19%는 부모로부터의 경제적 지원을 받고 있었으며, 이 가운데 18~24세는 34%로 25~34세의 8%에 비해 4.2배 높았다.5) 즉, 경제력 감소가 결혼, 주택구입 등을 지연시키면서 부모와 동거하는 비율을 점점 더 증가시키고 있는 것이다.
영국 Generation Rent(임차세대), 한지붕 세가족
영국의 자가점유율은 2012년 66%로 2003년 71%에 비해 5%나 감소하여 영국인 3명 중 1명은 임대로 거주하고 있다. 전체 자가주택자 가운데 35세 미만은 10%에 불과하며, 대부분의 청년세대들은 불경기로 인한 실업, 임금 삭감 혹은 동결, 생활비 인상 등으로 집을 구매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또한, 상대적으로 높은 집값은 부모로부터 재정적 지원을 받지 못하는 청년세대의 내 집 마련을 거의 불가능하게 하고 있다. 보증금 마련까지도 8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며, 주택구입을 희망하지만 이를 감당할 수 없는 이들이 장기간 임대 형태로 거주하면서 임대 수요가 지난 반년 동안 40%나 증가했다.6)
영국에서는 최근 청년세대들이 주택 부족으로 인해 향후 자가보다는 임차로 거주해야 할 것이라는 예측과 함께 이들을 “Generation Rent (임차세대)”로 지칭했다. 집을 구입하기가 힘들어지면서 임차로 거주하거나 부모의 집에 거주하면서 저축하기를 원하고 있어 자가보유까지의 기간이 이전 세대보다 더욱 오래 걸릴 것으로 예상되며, 임차료 지불로 인한 가처분 소득 감소와 주거상황 악화 및 저축감소 등은 보증금 마련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또한, 50만 이상의 가정에서 조부모, 부모, 자식 세대가 함께 사는 “한지붕 세가족”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데,7) 이는 점점 많은 수의 젊은 커플들이 주택 소유의 꿈을 접고 비용과 책임을 공유하는 조건으로 부모들의 집에서 함께 거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적 독립이 안된 20~30대 청년세대의 증가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떨까?
우리나라 청년세대8) 의 경우 보증금 있는 월세(42.5%)에 가장 많이 거주하며, 전세(31.0%), 자가 (15.4%) 순서이다. 연령별로는 18세~28까지는 보증금 있는 월세 비율이 높고, 29세 이상은 전세 비율이 높아서 취직 등 경제적 여건이 좋아지면 전세 비율이 높아진다. 최근 주택가격이 하락하였지만, 지금까지 이어온 상당한 주택가격은 청년세대가 자력으로 주택을 구입하기 힘들어졌고, 매월 부담하는 월세의 증가 역시 목돈 모을 기회를 상실시켜 부모의 도움 없이는 전세로 거주하는 것 또한 쉽지 않은 현실이다.
청년 실업문제 심화와 출산율 저하 등이 사회적 문제로 부각되고 있으며, 대학졸업에서 취업~결혼으로까지 이르는 시기가 20대 중후반에서 30대 초중반으로 지연되는 5년 정도의 기간이 임차시장 내에서의 청년세대 주거상황을 더욱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즉, 지금의 청년세대는 독립과 결혼, 자가로 구매능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오랜 기간 임차시장에 거주해야 하며, 부모의 지원이 없는 경우 매월 소득의 일정 부분을 은행과 집주인에게 지불해야 한다. 지금껏 청년세대를 위해 추진해온 정책은 저소득 신혼부부에 대한 주거지원방안인 신혼부부 전세임대, 대학가 전월세난을 해결하고자 한 대학생 전세임대, 대학기숙사 건축비의 50% 수준의 주택기금 지원 정도였으며, 진행이 순조롭지 못한 ‘행복주택’을 해결책으로 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주택을 구입하는 것, 전세로 거주하는 것, 월세로 사는 것 즉, 주택시장에 진입하는 순간부터 청년세대는 점점 더 무거운 짐을 지게 되는 것이다. 물론 근본적으로 청년세대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경제회복과 일자리 창출을 통해 이들의 경제여건을 개선하는 것이 우선이지만 이것 역시 쉽지 않다.
지금껏 우리나라 정부정책의 주요 대상은 기혼 가구를 중심으로 한 자가보유 정책이었다. 주택가격 상승기에 주택을 구입한 부모세대는 구입과 동시에 자산증식이 가능하였고 이를 통해 스스로 자신들의 노후를 대비할 여유자금과 자식들이 결혼할 때 필요한 주택자금 마련까지 동시에 해결할 수 있었다. 즉, ‘자가보유’시스템이 공공에서 제공하여야 할 복지 시스템을 대체해왔던 것이다.
청년세대 주거문제가 가시화된 이유는 바로 주택가격이 더 이상 상승하지 않을 것이라는 인식이 팽배한 현재의 시장 변화 속에서 집값 하락으로 힘들어하는 부모는 더 이상 자식의 주거문제를 도와줄 여력이 없어졌으며, 신규로 시장에 진입하는 청년세대의 임차수요가 늘어나면서 전세가격 상승의 원인이 되었기 때문이다. 청년세대의 주거문제가 새롭게 인식되어야 할 필요성이 바로 여기에 있다. 해결책 없는 현재와 같은 상황이 지속된다면 청년세대는 주택을 자력으로 구입할 수 없고, 지속적으로 임차시장에 거주해야 하기 때문에 전세난은 더욱 가중되며, 월세증가는 가처분 소득을 감소시키는 악순환을 가져와 지금 청년세대의 주거문제가 10~20년 뒤 장년층의 주거문제로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청년세대를 위한 정책 마련 필요해
청년세대의 주거문제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다. 그러나 예전과 다른 임차시장 패러다임 변화 시기에 주택시장에 새롭게 진입하는 청년세대에게는 이전과는 다른 정책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높아지는 전·월세 부담의 안전장치 마련하고 청년세대에게 ‘편안한 안식처’를 제공할 수 있는 장기적인 지원책을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자가 구매만을 유도하는 기존의 정책방향에서 벗어나 자가구매 수요와 임차수요를 구분한 정책이 병행되어야 한다. 경제력에 의한 자가와 임차의 선택이 아니라 자신의 삶의 스타일에 따라 주거방식을 선택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지금의 청년세대가 10~20년 후에 보유주택에서 연금을 받아 노후를 보냈던 부모세대를 부러워하게 된다면 이는 주택시장의 문제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1) 매일경제, 지식백과, 위키백과, 88만원 세대는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2007년 전후 한국의 20대를 지칭하는 것으로 이는 비정규직 평균 급여 119만원에 20대 평균 급여에 해당하는 73%를 곱한 금액이 88만원이기 때문이다.
2) 경향신문, 스페인판 ‘88만원 세대’ “한 달에 1000유로도 못 벌어… 연애나 결혼은 생각도 못해”, 2012.6.18
3) 동아일보, ‘부모의 풍요로움 뒤에는 자식의 가난이 남았다’, 계층, 인종갈등보다 무서운 세대갈등, 풍요로운 부모 세대와 가난한 자식세대는 세대 갈등의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생활고를 겪는 젊은 세대가 연금 혜택을 누리는 부모 세대를 비난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2007.3.10
4) 이현정(2012), 미국 20-30대 1-2인가구의 주거비 부담 실태, 한국주거학회논문집, Vol. 23, No. 2, 69−77
5) Kim Parker(2012), The Boomerang Generation - Feeling OK about Living with Mom and Dad, Pew Research Center
6) 첫 주택구입까지 평균 8년 소요, EJnews, 2011.3.28
7) EKnews24, 3세대가 함께 사는 가구의 수는 현재 50만 정도임. 40년 만에 최고치이며 그 수가 2019년에는 55만 6천 가구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됨. 다세대 가정의 수가 한 때 30%까지 증가한 적은 있었음.2012.4.10
8) 본 고에서의 청년세대는 만 21~만 34세를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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