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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뉴스

2013년 부동산결산... 시장의 역행, 주거복지 "푸대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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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부동산결산 - 시장의 역행, 주거복지 푸대접

 

 

 

 

정책의 출발선: ‘시장의 비정상’

 

2013년 부동산정책은 박근혜 정부의 출범과 맞물러 있다. 그러나 새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후보 시절 제시한 부동산공약으로부터 그 출발점을 찾아야 할 것이다.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는 크게 보면 4가지 부동산 공약(정책)을 제시했다. 첫째는 집주인이 세입자를 대신해 은행에서 전세대출금을 일으키는 ‘목돈 안 들이는 전세제도’의 도입이다. 이는 렌트푸어를 위한 대책이다. 둘째는 대출금을 갚지 못하는 집주인이 소유 지분 일부를 매각한 후 임대로 사는 ‘주택지분매각제도’의 도입이다. 이는 하우스푸어 대책이다. 셋째는 가입 연령을 낮추어 주는 ‘주택연금 사전가입제도’의 도입이다. 노인의 주거복지를 위한 대책이다. 넷째는 철도부지 위에 주택단지를 조성하는 ‘행복주택’이 공급이다. 젊은 세대들의 주거안정을 위한 임대주택 공급정책이다. 적어도 후보 시절의 부동산 공약은 서민 주거 약자의 ‘주거안정’에 역점을 두고 있었다. 선거 전후로 ‘하우스푸어 문제’가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었던 만큼, 이에 대한 대책을 부동산 정책의 차별화 지표로 삼을 정도였다.

 

부동산공약의 기조는 대통령직인수위 때까지 일정하게 계속되는 듯했다. 그러나 2013년 1월 27일 경제분과 토론회에서 박근혜 당선인은 ‘아파트 가격이 자꾸 하락해 주택 구입 여력이 있는 계층까지도 전·월세를 선호하면서 정작 서민들의 주거 안정이 위협받고 있다’면서 ‘전·월세에만 수요가 집중되는 비정상적인 주택시장을 정상화할 방안을 연구해 달라’고 지시했다. 얼핏 보기엔 무주택 세입자를 위한 주거 안정화 정책 강구로 들릴 수 있지만, 기실 유주택자들이 주로 참여하는 거래시장 활성화 쪽으로 정책의 방향 선회를 주문한 것이었다. 이는 이미 예고된 것이었고 기대되었던 바였다.

 

현 집권여당은 이념적으로 보면 시장 자유주의 입장을 취하는 정당이다. 따라서 박근혜 후보의 당선으로 부동산 정책도 ‘시장규제 강화나 주거복지’보다 ‘시장규제 완화와 공급 및 거래 활성화’ 쪽으로 재선회할 것으로 예견되었다. 친시장 주의 (부동산) 경제학자 출신이 부동산정책을 총괄하는 국토교통부 장관으로 발탁되면서 이러한 예견은 더욱 확실해졌다. 이에 부동산업계도 그들의 ‘당면한 고충’을 정부 측에 전달하는데 주저함이 없었다. 과열기에 견준다면 지금의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어 있다는 것은 업계 종사라면 누구나 실감하는 것이었다. 실제 부동산(매매주택) 거래 건수를 보더라도 2006년 108건에서 2012년 73.5만 건으로 약 32% 감소한 상태였고 새 정부가 출범하는 2013년 들어서도 그 추세는 계속되었다. 최소한 이러한 숫자로 본다면 ‘부동산 시장’은 지극히 비정상적이다.

 

대통령 당선자의 이러한 인식은 새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향후 어떻게 흘러갈지를 알려준 것이다. 시장의 정상화는 주택구매자들이 시장으로 다시 돌아와 거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이를 통해 가격도 일정하게 다시 오르면서 부동산 관련 업계에서 이익의 상향적 배분이 이루어지는 상태를 지칭한다. 이렇게 판단하면, 이후 정책의 선택이 어떠할지가 쉽게 가늠된다. 또한 새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전임 정부의 ‘거래 활성화 우선 대책’의 연장선이 될 것이라는 것도 어렵잖게 예견될 수 있다.

 

 

4·1대책: 거래 활성화 올인(all-in)

 

집권 첫해인 2013년 박근혜 정부의 부동산 대책은 크게 두 번(4·1대책, 8·28대책), 작게는 세 번(4·1대책의 7.24 후속조치 포함 시)에 걸쳐 발표되었다. 첫 대책은 4월 1일 ‘서민 주거안정을 위한 주택시장 정상화 종합대책’(이하 4·1대책)이란 제목으로 발표되었다. ‘서민 주거 안정’을 대책의 명분상 목적으로 했지만, 실제 내용은 시장 정상화를 위한 거래 활성화에 맞추어 있었다. 거래 활성화를 위한 카드로 내놓은 것은 ‘9억 이하 신축, 1주택자 주택 5년간 양도세 면제’,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자금 지원규모 2.5조 원에서 5조 원으로 확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폐지’, 그리고 ‘연말까지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 취득세 면제’였다. ‘양도세 면제’는 한국의 부동산정책사에서 처음이라 할 정도로 파격적이지만, ‘1주택자’로 한정하여 정당성을 확보하려 했다. 취득세 한시면제도 지방세수 감소와 같은 후유증이 크기 때문에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 그리고 년 말까지 시행하는 것으로 국한시켰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는 활황기에 도입된 마지막 규제수단으로 집권여당과 업계는 거래 침체의 주범으로 주목하면서 그 철폐를 집요하게 요구해 왔던 것이었다. 특히 ‘여유 있는 계층’이 매매에 참여하면 거래 활성화, 나아가 이들에 의한 임대주택의 공급도 활발해져 전·월세 해결에도 도움된다는 논리로 ‘다주택중과 양도 철폐’의 필요성을 역설해 왔다.

 

그 밖에 ‘보금자리 분양주택 공급 7만에서 2만 호로 축소’, ‘행복주택 5년간 20만 호 공급’, ‘기업임대사업 육성’, ‘분양가상한제 신축적용’, ‘15년 이상 아파트 수직증축 리모델링 허용’, ‘전용 85㎡ 초과 주택의 청약가점제 폐지’, ‘목돈 안 드는 전세제도(집주인 담보대출 방식, 임차보증금 반환청구권 방식)’ 등도 발표되었다. 분양 및 임대 주택의 공급 촉진을 위한 것이지만 정책기법이 세입자 등 수요자보다 건설업자나 임대인 등 공급자의 사업 편의를 돕는데 주로 맞추어져 있었다. 이는 4·1대책의 후속조치인 7.2대책에서 더욱 명확하다. 골자는 공공분양주택 17만 가구의 공급을 줄이는 것이다. 지구해제 및 공공분양 비율 축소로 1만 가구 공급 감축, 2016년까지 사업승인 9만 가구 축소, 보금자리·택지지구 등 수도권 택지 청약 물량 5.1만 가구 축소, 보금자리지구 지정해제로 2.9만 가구의 공급 축소 등 대개 수도권의 전세 공급 물량을 축소시키는 내용이다. 공급물량을 이렇게 축소시키는 것도 주택정책사에서 처음이라 할 수 있다. 그동안 주류 부동산 전문가들은 ‘공급부족’을 가격 앙등 등 부동산 문제의 진원지로 주장했지만, 지금은 ‘공급과잉’이 거래 침체나 사업성 악화 등의 주요 원인으로 여기고 있다.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해선 한국형 ‘저렴 주택(affordable house)’인 공급분양주택을 더 늘려도 시원찮은 데, 오히려 축소하기로 한 것은 전적으로 공급자 혹은 사업자의 이익 보전을 위한 배려다.

 

이렇듯 4·1대책(그리고 7.27 후속 대책)은 서민주거안정을 내세우면서 다양하고도 파격적인 방안들을 제시하고 있지만, 전반적으로 보면 (생애 최초 구매자란 무주택자 보다) 유주택자 중심의 매매 거래 활성화를 지원하는 데 집중되어 있다. 실제 발표할 때 정부 관계자는 4·1대책으로 인해 2013년 주택거래량이 2012년보다 15% 증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2012년보다 거래량 15%가 증가하면 호황기 2007년 수준이 된다. 결국, 2008년 글로벌 위기 이전의 호황기로 돌아가는 것이 ‘시장 정상화’로 간주되는 것이다.

 

 

8·28 대책: 거래활성화를 위한 전월세 대책

 

4·1대책의 효과를 연장하고, 나아가 ‘거래의 재활성화’를 ‘시장 정상화’로 안착시키기 위해 약 4개월 뒤인 8월 28일 정부는 추가대책을 내놓았다. 8·28 대책은 ‘서민·중산층 주거안정을 위한 전·월세 대책 마련’이란 제목으로 발표되었다. 전·월세 문제로 한정한 점에서 8·28 대책은 시장 정상화를 겨냥했던 4·1대책과는 다른 것이고, 또한 단절적인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4·1대책의 시장 정상화가 ‘거래 활성화’로 채워졌듯이, 8·28 ‘전·월세 대책’도 기실 ‘거래 활성화’로 채워져 있어 일정한 연속성을 이룬다. 전(월)세 가격의 지속적 앙등으로 나타나는 전(월)세 문제는 기본적으로 매매를 기피하면서, 즉 매매 거래가 줄면서, 그 (매매) 수요가 전세로 몰리기 때문에 나타난 결과로 읽는 게 정책당국의 해석이다. 이는 정부정책을 돕는 주류 부동산 전문가들의 해석이기도 하다. 이러한 해석에서 도출되는 처방은 전세수요를 매매로 전환시키는 ‘매매거래의 활성화’  밖에 없다. 전·월세 대책이라 하면서 실제 내용이 ‘매매 활성화’로 채워져 있는 것은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8·28 대책은 크게 보면 ‘전세수요의 매매로 전환’, ‘임대주택 공급 확대’, ‘전·월세 부담 완화’ 등, 세 가지 범주로 제시되어 있지만, 핵심은 첫 번째다. ‘전세수요의 매매전환 유도’를 위해 8·28 대책은 파격적인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취득세 영구 인하(2~4% -> 1~3%, 다주택자 취득세 차등 부가 폐지 포함)’, ‘주택금융공사 모기지 공급확대(2013년 21조 원-> 2014년 24조 원)’, ‘장기주택 모기지 소득공제 확대(대상주택기준시가 3억 원->4억 원)’, ‘근로자 서민구임 자금 지원확대’, ‘대출금리 1~2%인 수익공유형·손익공유형 모기지 도입’ 등이 구체적인 방안들이지만 가장 관심을 끈 것은 ‘취득세 영구 인하’와 ‘초저리 모기지 도입’이다. 취득세 영구 인하는 부동산 세제의 전체 틀을 바꾸는 효과가 있지만, 거래의 단기적 활성화에 주로 맞춰 결정된 것이다. 마찬가지로 사회적 기금과 같은 국민주택기금에서 1~2% 이자율의 주택구입자금을 생애 최초 주택구입자에게 제공하는 것은 극약 처방을 써서라도 거래를 활성화 시키겠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 표현이다. 8·28 대책에서 ‘전세수요의 매매전환 유도’는 주택시장의 정상화를 최종 목표로 한다. 여기엔 주택시장이 정상화되면 전·월세 문제도 덩달아 해결된다는 강력한 ‘가설’이 깔려 있다. 이 가설이 현실에서 입증되지 않으면, 8·28 전·월세 대책은 전·월세와 전혀 무관한 것이 된다. 대신 거래 활성화에 올인하는 정책의 일관성은 읽혀질 수 있다.

 

8·28 대책에서 제시된 다른 방안들로는 매입·전세임대주택 2.3만 가구 공급, 민간임대 사업자 지원확대, 월세 공제율 및 공제 한도 상향, 주택 바우쳐 시행, 저소득가구 전세자금 지원 요건 완화 등이 있다. 하나하나가 모두 중요하고 의미가 있는 것들이다. 하지만 전체가구의 46%를 차지하는 820만 전·월세가구를 매매시장으로 끌어들여 집을 사도록 하거나, 아니면 임대차 시장에서 안정된 주거적 삶을 살도록 돕기엔, 이들 대책들은 단편적이거나 부차적인 것들이다. 전·월세 문제에 맞추었지만 8·28 대책의 실효성에 대해서 세입자들보다 유주택자들이 더 많은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직접적인 수혜계층인 전·월세자들이 보기엔 그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파격적 대책’이 눈에 띄지 않는 것이다. 

 

 

대책 이후: 바닥론의 대두와 거래 현실

 

4·1 대책의 영향, 그리고 취득세율의 한시감면 효과로 전국의 주택매매거래량은 1월~3월 사이 140,976건에서 4~6월 사이 299,546건으로 무려 2.1배 증가했다. 국토연구원은 4·1대책 이후 30만의 거래 건수 중 9.8만 건이 4·1대책의 효과에 의한 것이라는 분석결과도 내놓았다. 하지만 취득세율 한시 감면이 6월로 종료되면서 7월에는 39,608건으로 6월 거래량의 3분 1로 급감했다. 다행스럽게도 이후 되살아나 8월 46,586건, 9월 56,733건, 10월 90,281건으로 증가하여 5월 수준으로 회복되었다. 이러한 회복 패턴은 8·28 대책 발표 이후 4·1대책 효과로 나타났던 상승세가 다시 탄력을 얻은 것으로 해석되었다. 대체로 대책 발표 직후엔 급매물들이 털어내기식으로 거래가 이루어지고, 그다음엔 주춤해지는 게 일반적인 패턴이다. 그러나 8·28 대책 발표 후 한 달이 지나면서도 매수세는 일정하게 상승세를 유지했다. 이를 두고 부동산정보업체들은 8·28 전·월세 대책 발표 후 매매시장의 전망이 ‘상승세로 돌아 선 것’이라는 조사결과를 앞 다투어 발표했다. 8·28 대책 후 ‘어느 정도 희망이 발견된 기간’이 지나면서부터는 ‘바닥론’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당시 한 부동산정보업체는 긴급 설문조사를 실시해 ‘응답자의 53.1%가 주택시장이 이미 바닥을 쳤다’고 발표했다. 일부 주류 부동산 전문가들 사이에선 2013년 4.4분기부터 상승세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낙관론이 힘을 얻는 듯했다.

 

10월 매매거래는 90,281건으로 9월 56,733건의 1.6배 증가해, ‘바닥론’을 넘어 ‘본격적인 상승세의 지속’을 예단하기에 충분했다. 주택산업연구원은 한국주택협회·대한주택건설협회 회원사를 대상으로 주택경기실사지수(HBSI)를 조사한 결과 서울과 수도권의 주택사업환경지수 10월 전망치가 역대 최대폭으로 상승했다고 밝혔다. 주택사업환경지수 10월 전망치는 서울이 98.6(39.1포인트↑), 수도권 89.9(37.2포인트↑), 지방 98.6(11.4포인트↑)으로 집계돼 지난달에 이어 상승세를 이어갔다. 그러나 이러한 낙관과는 달리 매매 거래 증가는 11월을 지나면서 다시 둔화되는 추세로 접어들었다. 한 부동산포털의 조사에 의하면, 11월 주택시장지수는 전월대비 14.2포인트, 11월 매수세지수는 전월 대비 44.9포인트, 11월 거래량 지수는 전월 대비 27.2포인트 각각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11월 서울 아파트 가격은 평균 ㎡당 470만 원으로 1년 전보다 1.9% 하락한 상태였다. 겨울철 비수기에 더해, 양도소득세 5년간 면제와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에 대한 취득세 면제 등 4·1대책의 혜택이 연말로 끝남에 따라 거래량이 주는 것으로 설명되지만, 이는 계절적인 현상인지 시장이 가지고 있는 거래량 총량의 감소에서 비롯된 것인지는 아직 더 두고 봐야 할 듯하다. 그러나 매매주택의 거래가 다소 주춤해지는 것과 달리, 전셋값의 상승세는 11월 마지막 주까지 66주째 계속되면서 기록을 갱신해 갔다.

 

10월까지 거래량 누계는 총 673,730건이다. 남은 두 달의 거래량을 10월까지 누계의 월평균 두 달 치로 계산해 더하면, 2013년의 총 거래량은 약 80만 건이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이는 2012년 73.5만 건의 108%로 2010년 수준에 육박한 것이다. 8% 증가는 4·1대책에서 제시된 목표치 ‘2012년 거래량의 15%’의 반 정도가 되는 것이다. 이 정도로 치면, 두 번의 대책이 거래 활성화에 일정하게 기여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거래량 증가 패턴을 보면 6월의 최고치 129,907건은 4·1대책의 효과가 일부 반영되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거래세 한시면제의 효과에 의한 것임을 말해준다.

 

8·28대책 이후 낙관적인 바닥론이 대두했지만 11월 들어 다시 반전되면서 고질적인 문제인 전·월세 가격 상승세가 계속되고 있는 것은 8·28대책의 효과도 제한적임을 암시해준다. 따라서 전반적으로 2013년 거래량이 다소 증가했다면, 두 대책의 직접적 효과라기보다 거래세 한시적 면제와 같은 ‘백화점 세일 효과’에 의한 것이 더 두드려졌다고 할 수 있다.

 

한 TV 경제체널에서 실시한 조사에 의하면, 2013년 주택 구입자 중 44.4%는 집값이 많이 떨어져 ‘내 집 마련 용 또는 투자용’으로 집을 구매했다고 했다. ‘집값이 너무 올라 전세 대신 집을 샀다’는 응답자는 23.5%에 불과했다. 이러한 구매(혹은 거래) 패턴은 매매거래를 활성화(즉, 매매수요를 전제수요로 전환)해 시장을 정상화하면서 전·월세 문제도 함께 잡겠다고 발표한 2013년 두 대책에서 제시된 처방과는 다른 것이다. 시장에서 실제 이루어지는 구매동기를 가지고 대책을 수립한다면 소비자들의 실질 구매력에 맞게끔 주택가격을 하향 안정화하는 그 뭔가가 되어야 한다. 시장의 신호를 제대로 읽는다면, 가격 상승을 부추기는 인위적인 거래 활성화가 대책의 능사가 아니라는 뜻이다.

 

 

정책의 역행, 시장의 역행, 여전한 ‘주거복지 푸대접’

 

국토교통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전국에서 거래된 주택 가운데 매매는 14.7%에 불과한 반면 임대는 84%에 달했다. 주택 거래 10건 중 8건이 임대라는 뜻이다. 올 들어 부동산 시장의 거래패턴이 현격하게 바뀐 것이다. 부동산 경기가 좋을 때는 6대 4비율로 매매의 비중이 컸지만, 올 들어서는 2대 8의 비율로 임대거래가 압도적이다. 이것이 시장의 현실이라고 본다면, 현실은 분명 정책과 역행하고 있다.

 

부동산 시장이 임대 중심으로 빠르게 바뀐 데는 여러 까닭이 있겠지만, 근본적인 것은 매매 순환고리가 끊겼기 때문이다. 지금으로써는 임대 중심으로 바뀐 부동산 시장이 다시 매매 중심으로 되돌아갈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임대 비중이 워낙 커져, 임대가 매매 흐름으로 역류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많은 전문가들의 생각이다. 이러한 상황이 매매주택의 거래 활성화를 인위적으로 이끌어내야 하는 ‘시장에 대한 정책개입의 이유’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신중하지 못한 거래 활성화 대책은 시장의 자연스러운 흐름에 심대하게 역행해 효과는 효과대로 못 보면서 시장을 더욱 왜곡시킬 수 있다. 2013년의 두 대책은 어느 쪽에 속할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거래 활성화의 당위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2013년의 두 대책은 기실 이명박 정부에서 실시된 20차례 대책의 연장선에 있다는 사실이다. 시장의 변모한 상황에 대한 당국의 적극적 독해가 부족했다는 심증을 주는 대목이다.

 

주택시장이 심대하게 변하고 있다는 것은 주택산업연구원(주산연)의 연구결과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주산연은 과거 전세난 시기에는 전세가율이 55%에 이르면 매매전환이 이뤄지며 전세난이 보통 2~3년 지속됐지만 최근 전세난은 임차시장의 구조적 변화와 매매거래 위축이 맞물려 장기화한 결과로 진단했다. 이에 따라 주산연은 향후 임차수요는 연평균 109만 가구에 달하는 반면, 자가수요는 52만 가구, 매매전환수요는 30만 가구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임차 신규수요는 2010년 70만 가구에서 연평균 2.9%(1만 4천 가구)씩 지속적으로 증가한 뒤, 2021년에 115만 가구에 이른 뒤 이후 매년 0.2%씩 감소해 안정될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2010년 48만 가구 수준인 자가 신규수요 규모는 연평균 0.6%(3천 가구) 증가해 50만 가구를 약간 상회하는 수준에 머물 것으로 예측했다. 결국, 매매가격이 반전해 다시 상승하고 전세가율이 안정되는 2021년까지는 임차수요 쏠림 현상은 계속될 것이란 게 주산연의 결론이다. 부동산 시장이 이렇게 흘러간다면, 매매 중심의 거래를 인위적으로 부추기고, 이를 통해 전·월세를 잡겠다는 2013년 정책 처방은 번지수를 잘못 짚어도 크게 잘못 짚은 꼴이 된다.

 

결국, 요란스럽게 추진했지만 2013년 부동산 대책은 당초 의도했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치게 되었다. 즉, 매매 활성화도 못하고, 전·월세도 못 잡는 것이 2013년 부동산 정책의 결과인 셈이다. 특히 거래가 매매에서 임대로 빠르게 옮겨가면서, 전·월세 가격 상승이 66주 이상 계속 이어지는 것은 ‘매매활성화를 통해 전·월세를 잡겠다’는 정책가설이 현실에서 입증되지 않음을 방증해 준다. 결과는 매매부진에 따른 유주택자들의 경제적 불이익보다 전·월세난의 지속에 따른 무주택자들의 주거불안과 피해가 상대적으로 더 크다는 사실이다. 실제 공약과 두 대책을 통해 제시된 ‘서민 주거안정’ 대책의 성과는 초라하기 그지없다. 하우스푸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약과 대책으로 제시된 ‘주택지분매각제도’는 성과를 전혀 못 거두고 있다. ‘목돈 안 드는 전세 제도 I.II’ 상품도 국토부 발표와 달리 거의 실적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기존주택 매입·전세임대를 하반기 집중 공급해 전세난을 해결한다고도 했지만, 현재 매입임대주택은 목표의 30%밖에 채우지 못한 상황이다. 새 정부의 대표 주거복지 공약인 행복주택 건설도 주민반발로 첫 삽도 못 뜨고 있다. 그동안 정부를 포함한 공급주의자들은 전·월세난이 근본적으로 공급부족에서 기인했다는 것을 마치 교리처럼 믿고 주장했지만,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3년 이상 장기 미착공 된 서민임대주택이 12만 6천932호에 달한다. 이를 두고 언론들은 ‘서민주거안정을 외면한 채 주택경기부양에만 전념’한 결과로 논평하고 있다.

 

 

법 제·개정 지연 탓?

 

두 차례의 부동산 대책이 기대되는 효과를 거양하지 못한 것은 부동산 관련 법안들이 제때 재·개정되지 못한 탓으로 돌려진다. 특히 업계나 보수언론들은 하나같이 국회에서 야당이 정략적 목적으로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여야의 정쟁 탓으로 굵직한 대책과 정책들이 제대로 실행으로 옮겨지지 못한 결과, 시장의 회생은 고사하고 병세가 더욱 깊어진다는 것이다. 업계를 대변하는 대한상의가 처리를 촉구하는 법안으로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주택법)’, ‘분양가상한제 탄력 적용(주택법)’, ‘취득세율 인하법안(지방세법)’, ‘법인의 양도소득 30% 추가 과세 폐지(법인세법)’, ‘개발부담금 한시감면(개발이익환수법)’, ‘조합원의 기존주택 면적 범위 내 2주택 허용(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재건축·재개발 용적률의 법정 최고한도 허용(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수직증축 리모델링 허용(주택법)’, ‘주택담보대출 소득공제 대상 확대(소득세법)’, ‘소형 장기임대주택의 세제감면 확대(조세특례제한법)’ 등이다. 

 

부동산 관련 법들은 대개 고도 성장기에 제정된 것들이어서, 지금과 같이 시장거래가 위축되어 있는 상황에선 맞지 않는 것들이 적지 않다. 올해의 두 대책 중에도 고도 성장기에 마련된 부동산 관련 규제를 바꾸지 않고는 제대로 된 효과를 낼 수 없는 게 많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이 모두 타당한 것으로 간주하기엔, 여러 근본 물음이 제기되고, 또한 그 답이 누구에게나 수용될 수 있어야 한다. 가령, 저성장기로 본격 접어들면서, 과잉 팽창됐던 부동산 시장이 스스로 추슬러 가는 모습은 일정하게는 ‘거래 위축’과 ‘가격하락’ 일터인데, 이를 ‘시장의 비정상’으로만 진단하고, 호황기 시장상태로 회복을 위한 거래 활성화 대책이 과연 옳은가? 이에 대해 지금 당장 정확한 답을 줄 수는 없지만, 그래도 공론화와 합의를 통해 사회적으로 수용할 만한 답을 얻는 게 그렇게 불가능한 것만 아니다. 그렇다면, 정부가 ‘파격적인 대책들’을 발표하면서 제대로 된 공론화와 합의를 거쳤나?

 

제시된 대책, 그리고 관련된 부동산법의 제·개정은 하나하나가 많은 논란의 소지를 안고 있다. 가령,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철폐나 분양가 상한제 철폐(탄력적 적용)는, 공급자와 재산권자가 지배하는 한국의 비정상적 시장에서는 소유집중, 자산불평 등, 가격앙등, 서민 주거의 불안정화 등과 같은 문제로 곧장 이어질 수 있다. 법의 제·개정이 이루어져 거래가 일시적으로 활성화되더라도, 저러한 후유증이 나타나면 주거 약자층들이 결국 그 비용을 온전히 부담해야 한. 따라서 공론화를 충분하게 거치지 않고 발표되었던 만큼,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에서 제안된 정책과제(법안의 제·개정)가 상이한 시각에서 하나하나 제대로 논의되고 검토되는 건 옳은 일이다. 국회가 발목 잡고 있는 게 좋은 건 아니지만, 우리의 거친 정책 결정 환경을 고려한다면 불가피하고 순기능적인 면도 결코 없진 않다.

 

부동산 관련 정책은 대부분 실행되면 특정계층에겐 유리하게 작용하지만 다른 계층에겐 그렇지 않은 경우가 허다하다. 그런 만큼 그에 대한 논의와 합의는 더욱 필요하다. 현재 계류 중인 부동산 관련 법안들을 둘러싸고 여당은 ‘부동산 시장 정상화를 통한 경제 선순환’이란 입장으로 접근하지만, 야당은 ‘공평 과세와 서민 주거안정’이란 시각으로 접근하고 있다. 따라서 부동산 관련 법의 어떤 사안이라도 양자 간 협상과 타협이 쉽게 나올 수 없다. 해서, 국회 계류 중인 부동산 법의 제·개정이 부동산 대책과 관련된 모든 문제를 일거에 해소해줄 것이라 주장하는 것은 일견 옳은 듯하지만, 그렇지 않은 측면도 분명히 있음을 전제로 하여, 대책의 타당성과 효과를 평가해야 한다. 즉, 법의 제·개정 지연으로 탓하기 전에, 이해당사자들이 정책안을 얼마만큼 충실하게 논의하고 합의했는지를 먼저 따져 물어야 한다.

 

 

내년은 ‘바닥찟고 약보합세’?

 

8·28대책 이후 주류 시장전문가들 사이에서 고개를 들었던 ‘바닥론’은 연말이 가까워오면서 ‘한 때의 희망’으로 끝나는 것 같다. 최근 들어 주류 시장전문가들은 ‘바닥론’에 대한 입장을 다시 내년으로 넘기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최근 몇몇의 언론들은 ‘전문가들이 내년에 집값이 바닥을 칠 것이라는 데 대체로 의견을 같이했다’는 전망형 기사를 내놓고 있다. 그러면서 동시에 전문가들은 현재 부동산 시장을 집값 상승 요인과 하락 요인이 서로 맞서 있는 상황으로 규정하고 있다. 실물경기 회복세에 대한 기대, 전세난이 대표적인 상승 요인이라면, 각종 세금 감면을 포함한 4·1부동산 대책의 종료, 미국 양적 완화 축소에 따른 금리 상승 가능성 등은 하락 요인이 될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2014년에 바닥을 찍더라도 ‘상승 요인과 하락 요인이 시소게임을 벌일 것’이라는 단서를 달고 있다.

 

이러한 전망의 옳고 그름을 떠나, 먼저 짚어야 할 것은 시장 상황을 이렇게 바라보는 것은 ‘시장 거래 10건 중 8건이 임대’라는 시장거래 패턴의 구조적 변화를 놓치고 있는 점이다. 말하자면 시장에서 이루어지는 10건의 거래 중 2건의 매매주택 거래를 중심으로 한 전망이다. 이러한 관점으로 본다면, 현재의 시장은 앞으로 계속 ‘비정상’이고 정부대책도 올해와 같은 매매주택 중심의 인위적 거래 활성화로 반복되어야 한다. 그렇게 바라보고, 또한 그렇게 대책과 정책을 내놓으면, 올해와 같은 거래의 상대적 위축과 전·월세난의 지속이란 일란성 쌍둥이 문제가 계속될 수밖에 없다.

 

독일의 민간건설업자들은 연간 55만 호의 임대주택을 건설해 공급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연평균 분양주택 공급수와 맞먹는다. 그들은 돈 놓고 돈 먹기 하는 분양보다 수익을 오랫동안 가져다주는 임대주택 공급이 기업의 안정성을 더 보장해준다고 본다. 그 결과 독일의 민간건설사는 경기변동에 영향받지 않을 뿐 아니라 독일 기업 중에서도 기업수명이 가장 긴 편에 속한다. 투기로 인한 거품이 없는 정상 사업을 한 덕분이다. 독일 정부는 고가의 분양주택보다 ‘적정가격(임대료)의 임대주택’을 공급하면 더 많은 정책적 혜택을 제공한다. 적정 임대료는 독일국민 3분의 2가 민간임대주택에서 안정된 주거적 삶을 영위하도록 해준다. 주택에 잠겨 둘 ‘경제적 부’를 다른 데 씀으로써 국민의 삶은 그만큼 더 윤택해지고 풍요해진다. 내년엔 한국에도 독일의 이러한 지혜를 반영하는 부동산 정책이 나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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