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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뉴스

미분양에도 서서히 온기... 현찰 들고온 고객 '계약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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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분양에도 서서히 온기… 현찰 들고온 고객 “계약합시다”



■ 추석 전후 본보기집 활기 되찾아

[동아일보]

16일 오전 경기 구리시 인창동의 ‘퇴계원 힐스테이트’ 아파트 본보기집. 추석 연휴가 코앞이었지만 30, 40대 방문객 15명 이상이 본보기집을 둘러보고 있었다. 분양 상담을 마친 주부 김모 씨(34·서울 노원구 상계동)는 “2년마다 전세금 재계약 비용을 감당하기 힘들다”며 “이참에 10년 이상 눌러살 내 집을 마련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현대건설이 경기 남양주시 퇴계원면에 짓는 이 아파트는 2011년 11월 분양을 시작했지만 부동산 장기침체의 직격탄을 맞아 미분양 물량이 쌓여 있던 곳.

하지만 ‘8·28 전월세 대책’이 나온 뒤로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한산했던 본보기집은 방문객들로 북적이고 있고, 1년 반이 넘도록 팔리지 않았던 미분양 물량은 속속 계약이 이뤄지고 있다.

김정호 분양대행사 대표는 “분양시장에 ‘아이 울음소리가 많이 들릴수록 계약이 잘 된다’는 속설이 있는데 8월 말부터 본보기집에 아기 울음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며 “구경삼아 온 사람보다 실제 계약하러 온 실수요자, 특히 부부 방문객이 많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올 들어 하루 평균 10여 명에 그쳤던 이곳 본보기집 방문객은 8·28 대책 이후 평일 40∼60명, 주말 120명으로 늘었다. 추석을 앞둔 지난 주말에는 무려 200명이 다녀갔다. 1월부터 7월까지 10건이 채 되지 않았던 계약 건수도 이달 들어 50건 이상으로 급증했다.

김 대표는 “2011년 분양 당시보다 더 많은 사람이 찾고 있다”며 “특히 전월세 대책 발표 이후에는 서울에서 온 계약자가 50%나 돼 이전 35%보다 크게 늘었다”고 전했다. 치솟는 서울 전세금을 감당하지 못한 세입자들이 집값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경기 지역 미분양 아파트를 찾아 내 집 마련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8·28 대책으로 부동산 시장에 훈풍이 불면서 시장침체의 ‘진원지’로 꼽혔던 수도권 미분양 시장도 활기를 띠고 있다. 전세금 급등에 매매로 돌아선 수요자들이 쌓여 있던 미분양 아파트에도 눈길을 돌리고 있는 것.

특히 추석 연휴가 끝나면 ‘4·1 부동산 대책’의 양도세 감면 조치와 생애최초 주택 구입자에게 제공되는 취득세 면제 등의 적용 기간이 100일 정도 남아 내 집 마련을 계획한 수요자들이 발길을 서두르는 모습이다. 여기다 건설사들이 미분양 적체를 해결하기 위해 내놓은 가격 할인, 중도금 무이자 등의 혜택도 훈풍에 일조하고 있다.

삼성물산과 두산건설이 서울 동대문구 답십리 16구역을 재개발한 ‘답십리 래미안 위브’ 아파트는 9월 들어 가계약이 55건 체결됐다. 8월보다 2배 가까이 늘어난 것. 주말 방문객도 100명을 훌쩍 넘는다. 실수요자에게 인기 있는 82m², 109m² 주택형은 대책 이후 동이 났다. 김원우 두산건설 분양소장은 “2011년 11월 분양을 시작한 이후 지금이 시장 분위기가 가장 좋다”며 “대형 아파트 공급이 줄어든다고 하니까 조건만 맞으면 대형 아파트를 사겠다는 사람도 늘고 있다”고 했다.

서울 마포구 용강동 ‘래미안 마포 리버웰’도 정부 대책 발표 이후 방문객은 2.5배 가까이 늘었고 가계약 체결 건수도 3배 이상으로 늘었다. 경기 성남시 중원구 중앙동의 ‘성남 힐스테이트 2차’ 아파트는 남아 있던 저층 물량과 중소형 물량이 대부분 소진됐다.

건설업계 관계자들은 본보기집을 방문하는 고객들의 ‘질이 달라졌다’고 입을 모은다. 예전에는 “눈요기만 하거나 가계약을 하더라도 진짜 계약은 주저하는 사람이 많았지만 이제는 계약을 염두에 두고 현찰을 들고 오는 사람들까지 생겼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미분양 시장마저 조금씩 살아나면서 주택시장 회복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전문위원은 “초저금리 기조에 취득세 영구 인하, 연말까지 적용되는 각종 무주택자 주택구입 지원 대책들이 맞물려 연말까지 거래가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지금의 분위기는 급매물이 소화되는 과정으로 연말 이후 각종 혜택이 사라지면 다시 시장이 급랭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구리=김준일 기자·정임수 기자 ji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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