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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뉴스

부동산문제, 정책의 신뢰회복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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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문제, 정책의 신뢰회복이 먼저다.

 

젊은 세대, 집에 대한 관념이 정말 바뀌었나?

 

민족마다 집에 대한 관념이 조금씩 다르다. 필자는 업무상 유럽에 2년, 미국에 3년 정도를 살아보면서 여러 나라 사람의 집에 대한 태도를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었다. 영국 사람은 웬만하면 집을 산다. 그리고 잘 꾸민다. 날씨 탓인가 그들의 주생활 무대는 언제나 집이다. 초대하고 초대받는 일이 많다. 옷은 대충 입어도 집은 그야말로 스위트 홈을 꾸민다. 이탈리아 사람은 집에 그다지 미련이 없다. 날씨가 좋으니 멋진 옷 입고 좋은 차 몰고 밖으로 돌아다닌다. 명품 옷에 스포츠카 몰아도 집에 가면 의외로 초라할 때가 있다. 미국 사람들은 큰 집을 좋아한다. 땅이 넓으니 집값의 대부분이 건축비다. 일단 크게 짓고 수영장을 판다. 좋은 집을 수영장이 있는 집과 없는 집으로 구분하기도 한다. 특히 캘리포니아 같은 곳은 더 그렇다. 미국에서도 아랍계 사람들은 집을 짓거나 사는 경우가 다른 소수 민족에 비해 덜하다. 유목 민족이라 그런지 그들은 쌓아두면서 한 곳에 정착하기보다는 돌아다니며 사는 걸 더 선호한다. 우리 민족은 어떤가? 세계 어느 나라 사람보다 집에 대한 집착이 강하다. 농경사회에서 집의 크기는 부와 권세의 상징이었다. 힘과 재물을 모았다 싶으면 아흔아홉 칸 고대광실에 솟을대문 집을 지었던 게 우리 조상들이다. 여기다 전쟁의 폐허 위에서 새로운 도시를 만들고 그 편한 아파트를 봤으니 얼마나 사고 싶었겠나? 그게 우리 부모님 세대를 넘어 필자와 같은 중년의 일반적인 집에 대한 태도다. 요즘 젊은 세대들은 집을 안 산다고 한다. 집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다고 얘기를 하기도 한다. 그 인식의 차가 근본적인 변화는 아닐 거다. 단지 우리가 맞닥뜨리고 있는 사회 경제적 상황이 우리를 변화하도록 강요하는 거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여전히 세대에 관계없이 집을 가지려는 강한 DNA를 가지고 있다. 지난 9월에 생애 첫 주택 마련 대출이 사상 최대라고 한다. 올해 예산인 5조 원이 무난히 다 채워질 거라고 한다. 수익공유형 모기지는 한 시간도 안돼서 마감될 정도로 인기다. 정부가 싼 이자로 대출해 줄 테니 집을 사라고 부추기는 꼴인데 세대를 넘어 반응을 보이고 있는 거다. 이건 중요한 대목이다. 이들은 정부의 정책을 믿은 거고 적어도 장기적으로는 집값이 더 빠지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는 거다. 책임은 본인이 지는 거지만 이들이 앞으로 정부를 믿어줄지도 정부가 하기 나름이다.

 

 

집값 하락, 집 있는 사람들 만의 문제인가?

 

혹자는 집을 더 이상 투자의 대상으로 생각하지 말고 이젠 효용으로 판단하라고 한다. 더 이상 재테크의 수단이 아니니 그저 자신한테 알맞은 집 구해 잘 꾸미면서 오순도순 살면 된다는 식으로 얘기도 한다. 천만의 말씀이다. 마음먹고 주식을 사고 선물, 옵션 같은 어려운 종목을 사고 파는 것만 투자가 아니다. 투자론의 가장 간단한 이론은 효율적인 자산배분이 전체 투자성과의 8할 이상을 좌우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가계의 자산 중에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75% 수준이다. 미국의 두 배가 넘는다. 단연 세계 1등이다. 전 재산의 8할 가까운 돈을 부동산에 넣어놓고 더구나 상당 부분을 대출로 메워놓고 집값을 잊고 살라고? 집값 빼고 나머지 20% 남짓으로 예금해서 이자 받고 주식 해서 조금 번다고 무슨 형편의 변화가 있을까? 개인이나 가계가 비슷한 상황이면 사회 전체도 별반 다르지 않다. 우리 경제가 이처럼 침체일로를 걷는 이유 중에 소비부진을 일 순위로 꼽는다. 지갑을 닫고 있는 거다. 소득이 줄지도 않았는데 왜 소비는 줄일까? 자산의 평가금액이 줄어들다 보니 자신감이 없고 두려워진 거다. 이걸 자산효과라고 한다. 소비부진은 또 성장의 발목을 잡고 낮아진 성장률은 다시 자산가격을 떨어뜨린다.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이 바로 이거다. 집값의 장기적인 하락은 우리 사회 모두를 가난하게 하는 것이다. 집값 하락을 그저 집 있는 사람들의 문제로만 제쳐놓을 수 없는 이유가 여기 있다.

 

 

부동산 시장 이젠 끝났나?

 

7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너무 오랜 기간 우리는 이른바 부동산 불패, 강남 불패의 신화 아니 역사적 사실을 목도하면서 살아왔다. 가끔 짧은 기간의 하락기가 있었지만, 그때마다 더 힘을 내서 계속 올라만 온 게 우리나라 주택, 그중에서도 아파트 가격이었다. 자 이제 정말 끝인가?


이젠 자고 나면 오르던 그 시절은 다시 오지 않는가?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천만의 말씀이다. 집값은 내리기도 하고 오르기도 한다. 집값의 구조적인 버블현상을 지적하는 거야 당연하지만, 감정을 섞어 집값 상승의 종언을 고하는 건 너무 단기적인 시각이다.


부동산 특히 주택도 그저 이 세상에 존재하는 자산 중 하나일 뿐이다. 다만 유독 우리나라 사람들이 이 부동산을 너무도 짝사랑했던바 다른 자산에 비해 과하게 많은 돈을 부동산에 배분해 오고 있었고 그 자산 배분의 틀을 조정해야 하는 시점에 전 세계적인 경기침체가 닥친 거다. 어찌 되겠나? 부동산 자산 비율을 줄여야 하는 판에 불황이 왔으니 당연히 거래가 잘 안된다. 받아줄 데가 없는 거다. 여기에 부동산 관련 세금제도는 자고 나면 몇천만 원씩 올라서 아파트 값을 못 잡으면 나라 망한다던 소릴 듣던 시절 제도를 그냥 가지고 있었으니 가격은 고사하고 거래가 될 턱이 없었다. 주식시장을 보자. 올해로 30년이 된 KOSPI는 그동안 16배가 올랐다. 30년 전에 천만 원을 묻어둔 사람이라면 1억 6천만 원이 됐을 거고 우리나라 대표주식인 삼성전자를 상장 직후 저점에 사서 묻어놨다면 무상증자에 배당을 다 빼고라도 100배 가까운 수익이 났다. 그러나 우리 가운데 이 같은 수익을 낸 사람이 있는가? IMF 때는 모든 주식이 다 휴짓조각이 될 것 같았고 불과 5년 전 금융위기 때는 미국도 망한다고 했다. 또 이 모든 걸 이겨내고 장기 투자를 했다면 모두 다 수익이 났겠나? 80년대 그 잘나가던 중동 건설 관련 주에 묻었거나 90년대 말 IT 버블 때 이른바 닷컴 주식을 샀다면 아마도 벌써 잊혀진 휴짓조각이 되어있는 경우도 많을 것이다. 그럼 아파트는 어떤가? 압구정동 현대 아파트를 분양받은 사람이라면 삼성전자 못지않은 수익에 지난 30년간 우리나라 최고의 아파트에 산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자녀들 좋은 학교 보내며 살았으니 사실은 훨씬 더 큰 수익을 낸 셈이다. 반대로 그만큼의 돈을 강원도 골짜기 맹지에 묻어둔 사람은 아직도 평당 몇천 원이니 물가 오른 것 생각하고 또 환금성 없는것 생각하면 울화통이 치밀 거다. 집도 땅도 주식도 다 투자의 대상이고 가격은 항상 오르고 내리는 것이다.

 

 

자산시장에는 정보의 효율적인 전달과 신뢰가 필수다.

 

왜 이런 차이가 났을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정보의 비대칭성이 중요한 이유다. 20년 전에 관심의 영역을 넓혔던 사람들은 반도체라는 신물질을 알았을 거고 삼성전자를 살 기회가 있었듯이 강남의 장래에 대한 정보와 예측을 제대로 한 사람들은 은근히 학군을 핑계 삼아 압구정, 대치동을 삶의 터전으로 삼을 수 있었을 거다. 권력이나 인맥이 있는 사람들에게 더 많은 기회가 있었음은 자명하다. 지금은 어떤가? 거의 모든 정보가 손바닥 위에서 실시간으로 전달되고 친절한 해설과 함께 동시에 유통되는 사회에 살고 있다. 적어도 예전 같은 정보의 비대칭성은 상당히 해소되었다. 요즘은 오히려 정보의 생산과 전달을 하는 정부와 자치단체가 주로 문제를 일으킨다.

 

 

정책을 신뢰하려면 일관성과 지속성이 중요.

 

다시 투자의 세계로 돌아가 보자. 한 회사가 사업상의 중요한 결정을 하면 공시를 하게 되어있다. 새로운 사업의 진출이라던가 기존 사업의 정리 같은 건 필수적인 공시사항이다. 그런데 만약 이 회사가 몇 달 걸러서 공시를 번복하거나 공시대로 실행하지 않는다면 어찌 되겠는가? 애초의 공시를 믿고 투자한 사람들은 손실을 볼 가능성이 많다. 그래서 법에 불성실 공시를 하면 엄격한 제재를 받게 되어있는 거다. 우리나라의 주택 정책이나 도시 개발 계획을 보자. 정권이 바뀌면 당연한 것처럼 부동산 정책 전체가 바뀌고 단기적인 집값의 등락에도 여론을 봐가며 매번 새로운 정책을 내놓는다. 이건 정부의 거시 경제운영의 방향과 연결되어 있으니 그렇다고 넘어가자. 서울 같은 대도시는 어떤가? 시장이 바뀌면 아예 기존의 개발계획은 무시된다. 오히려 기왕의 계획에 있던 지역은 역차별을 받는 경우도 허다하다. 5년에 한 번씩 전국적 부동산 정책이 바뀌고 그 사이 4년에 한 번씩 자치단체의 개발 계획의 틀이 매번 바뀐다면 이런 부동산 시장에 누군들 투자할 수 있겠나? 뉴타운 광풍이 불더니 한강에 르네상스를 꽃피워 보겠노라고 어마어마한 청사진을 내보인지가 불과 3년 전이다. 그걸 믿고 이사하고 투자한 사람들은 그저 시대의 조류를 잘 못 읽은 어리석은 투기꾼들인가? 지방 선거를 8개월 앞두고 서울시가 전혀 새로운 서울 개발계획을 내놨다. 20년 앞을 보고 미래 비전을 담았단다. 벌써 선거를 앞둔 시점의 선심성 계획이라고 하기도 하고 예산은 어떻게 할지 모르겠다고 하기도 한다. 아니 어쩌면 어차피 바뀔 계획이니 별로 관심이 없는지도 모르겠다. 집값을 안정시키고 뛰는 전셋값 잡으려고 낮은 금리로 대출해주고 세금 깎아주는 일도 중요하고 더 나은 주거환경을 위해 새로운 계획을 세우는 일도 중요하다. 그러나 그에 앞서 정부와 지자체의 부동산 정책과 계획의 일관성을 높여 신뢰를 회복하는 일이 무언지 먼저 돌아봐야 할 때다. 집을 사고 싶어하는 우리들의 DNA는 신뢰를 보낼 일관성 있는 정책과 계획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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